[이지스터디/영화, 생각의 보물창고]‘진리는 단순하다’ 영화속 명대사들 Ⅱ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5일 03시 00분


“인생은 1인치의 게임, 한번에 1인치씩 끝까지 가는거야”


오늘은 지난 회에 이어 우리의 감성을 어루만지는 영화 속 명대사들을 살펴보기로 해요. 앞 글에서 창조를 위한 가장 중요한 유전자는 바로 ‘고통’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요. 실제로 우리는 시험에서 단 한 문제를 더 맞히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공부를 하지요. 미식축구 감독과 선수들의 치열한 훈련과 삶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애니 기븐 선데이(Any Given Sunday)’에 등장하는 열혈 감독(알 파치노)은 선수들에게 이런 열변을 토합니다.

“우리의 인생은 1인치의 게임이야. 풋볼도 마찬가지야. 인생이든 풋볼이든 실수할 여지는 너무 작아. 그래서 우리는 그 1인치를 따내기 위해 싸워야 하는 거야. 한 번에 1인치씩, 한 번에 한 플레이씩, 끝까지 가는 거야(You find out life is this game of inches. So is football. Because in either game, life or football, the margin for error is so small. We fight for that inch. Inch by inch, play by play, till we’re finished)!”

진정 그렇습니다. 초경쟁사회에서 우리는 단 1인치를 전진하기 위해 목숨을 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지요. 매일매일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이는 우리 현대인들의 마음에 와 닿는 명대사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5-제국의 역습’에도 등장합니다. 절대무공을 지닌 마스터 ‘요다’로부터 제다이 기사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은 주인공 ‘루크’가 “I’ll give it a try(한번 해볼게요)”라고 말하자, 스승 요다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렇게 갈파합니다.

“No. Try not. Do or do not. There is no try(한번 해보는 건 없어. 하거나, 안 하거나 둘 중 하나일 뿐).”


짧지만 인생의 진리가 담뿍 농축된 의미심장한 대사가 아닐 수 없는데요. 이렇듯 복잡한 현상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진리는 언제나 짧고 간결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대목에서 주목할 만한 영화가 있는데요. 바로 ‘디스 이즈 잇(This is it)’입니다. 팝의 황제(King of pop)로 일컬어지는 마이클 잭슨의 무대 리허설 모습을 담은 일종의 기록영화인데요. 6월 그가 돌연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모습을 담아 화제가 되기도 했죠. 카메라에 잡힌 잭슨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해보면 왜 잭슨이 ‘지존’이란 평가를 받는지 어렵잖게 알게 됩니다.

그가 사용하는 언어표현은 예술적이면서도 영감이 가득합니다. 그는 밴드 연주자에게 “마치 달빛에 몸을 적시는 것처럼(Just bathe in the moonlight)” 연주해달라고 주문하지요. 하지만 더 감탄할 대목은 그가 밴드 전체에 입버릇처럼 당부하는 다음과 같은 말입니다.

“It should be simpler(더 단순해져야 해요).”

그렇습니다. 모든 예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하나입니다. 더 간결하고 더 단순해지는 것이지요. 피카소의 그림이 말년으로 갈수록 더 순수해지고 단출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용서받지 못한 자’ ‘밀리언달러 베이비’ ‘그랜토리노’ ‘인빅터스’ 같은 영화들을 잇달아 연출하면서 ‘오락영화를 성스러운 경지로까지 끌어올린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는 80세 노장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적게 말하는 것이 (결국) 더 말하는 것이다”라는 멋진 말을 하기도 했죠. 거장일수록 작품을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더 미니멀(minimal)하고 심플(simple)하게 만든다는 얘기입니다. ‘애플’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가 제품의 디자인을 극도로 단순하게 만들면서 아이팟과 아이폰의 버튼을 단 하나만 남겨놓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가 되는 사건이지요.

세상의 진리가 늘 단순하고 간결하듯 우리의 무거운 마음도 더 가볍게 만들 순 없는 걸까요. 마음의 무게를 느껴보세요. 무겁나요? 그렇다면 아마도 우리가 누군가를 탓하고자 하는 그늘진 심정을 갖고 있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이럴 땐 분노를 지우세요. 그리고 용서하세요. 용서하는 능력은 누군가를 응징하는 능력보다 더 크고 성스러운 것이랍니다. 용서는 어렵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요. 한국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에는 이런 매혹적인 대사가 나옵니다.

“용서는 힘든 게 아니야. 용서란 말이야. 마음속에 방 한 칸만 내주면 되는 거야….”

정말 그래요. 우린 남을 용서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인생은 나 혼자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이니까요. 우리는 모두 함께 걸어가야 합니다. 이런 뜻에서 화마에 맞서 싸우는 용감한 소방관들의 휴먼스토리를 담은 영화 ‘분노의 역류’를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까 해요. 이 영화에 나오는 아주 짧고 단순한 대사 하나가 얼마나 가슴에 와닿는지 모르겠어요. 죽음의 화재현장에서 곤경에 처한 소방관을 구해내기 위해 동료들이 너나없이 목숨을 걸고 불구덩이로 뛰어듭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마치 자신에게 던지는 약속처럼 크게 외칩니다.

“You go. We go.”

네가 가면 나도 간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늘 함께 걸어가고 있어 아름다운 존재들이랍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이번 호를 끝으로 ‘영화, 생각의 보물창고’ 시즌4는 막을 내립니다. 그동안 성원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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