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경남도 연해주 농장 사업 탄력 붙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5일 03시 00분


김두관 지사 등 첫 콩 수확 현장 방문 “해볼 만하다”
지자체들 경쟁적 진출-만만찮은 초기투자비 과제로

김두관 경남도지사(왼쪽에서 여섯 번째)와 허성곤 경남도 농수산국장(왼쪽에서 세 번째) 등이 22일 연해주 시험농장을 찾아 수확기 콩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여름 가뭄으로 초기생육이 나빴으나 수확량은 현지 다른 농장보다 약간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연해주=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김두관 경남도지사(왼쪽에서 여섯 번째)와 허성곤 경남도 농수산국장(왼쪽에서 세 번째) 등이 22일 연해주 시험농장을 찾아 수확기 콩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여름 가뭄으로 초기생육이 나빴으나 수확량은 현지 다른 농장보다 약간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연해주=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어려움은 있겠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21일부터 러시아 프리모르스키 주(연해주)를 찾아 ‘경남시험농장’을 둘러보고 연구기관도 방문한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23일 “검토와 준비를 잘한다면 해볼 만한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경남도는 올해 시험농사 결과를 면밀히 분석한 뒤 도민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연해주 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희망 있다” 의견 일치

김 지사와 동행한 김인식 전 농촌진흥청장도 “올해 시험농장에서 처음 콩을 수확했기 때문에 당장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지만 대체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남도가 독자적으로 현지 사업을 추진하는 것보다 민간에 ‘길 안내’를 해준 뒤 영농법인을 구성하거나 제3섹터 사업으로 방향을 잡으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청장이 참여했던 ‘김두관 도지사직 인수위원회’가 한나라당 소속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시절 시작된 연해주 경남농장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냈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박재민 부산경남양돈조합장도 “국내 수요가 많은 사료곡물 기지 확보 차원에서 연해주 진출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나 캐나다보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청정지역이라는 장점도 있기 때문. 이은진 경남발전연구원장 등 조사단원은 “러시아는 한국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연해주 일대 전기, 철도를 포함한 도로가 잘 갖춰진 점은 좋은 여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식용 및 사료작물 재배는 물론 현지 축산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남도와 연해주 농업과학연구소는 21일 연구인력 및 종자교류에 합의했다. 다음 달 하순 차이카 소장 일행이 경남농업기술원과 영남농업시험장 등을 찾는다.

○ 과제도 많아

경남도를 포함해 강원도와 충남도, 경북 포항축협 등 한국 자치단체와 관련기관의 연해주 진출이 최근 줄을 잇고 있다. 22일 강원도 팀이 연해주에 도착했다. 28일에는 충남도 팀이 현지 실사를 위해 방문한다.

그러나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데 대한 우려도 있다. 현지 기후가 안정적이지 않아 위험 부담이 상존한다. 파종기에 비가 많이 내리거나 생육기 가뭄, 수확기 비 또는 눈에 따른 것. 또 대규모 농장 및 농기계, 저장창고 확보를 위한 초기 투자비용도 만만찮다. 연해주는 단위농장 면적이 수백∼수천 ha여서 기계화와 저장시설 마련은 필수다.

1990년대 중반 연해주 진출에 실패했던 기업들도 이 같은 사정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아그로상생과 아로프리모리에, 에코호즈, 프림코 등 9개 기업이 콩, 옥수수, 사료작물 등을 재배하며 ‘순항’ 중이다. 이들은 최근 ‘연해주 영농 한국기업협의회’(회장 김경덕)도 만들었다. 기업협의회 김 회장은 “지난해에는 10월 31일 40cm 이상 눈이 내려 수확을 중단했다가 올해 봄 품질이 약간 떨어진 콩을 거두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현지에서 거둔 곡물과 사료작물 국내 반입도 높은 관세와 검역 등으로 현재로서는 여의치 않다.

○ 경남시험농장 가보니

22일 오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120km 북쪽 우수리스크 시에서 25km가량 떨어진 미하일롭카 군 순얏센. 경남도가 50ha(약 15만 평)를 빌려 콩 농사를 짓고 있는 시험 농장에서는 관리책임자인 고려인 조레바 씨(60)와 인부 2명이 대형 콤바인으로 수확작업을 서두르고 있었다. 곧 비에 이어 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기 때문. 경남시험농장 장민석 소장(54)은 “인근 러시아인 농장 콩 수확량인 ha당 1t에 비해 약간 많은 1.4t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현지에서 종자용으로 판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농장 콩은 키가 40∼55cm, 한 포기에 꼬투리 35개 정도 달려 있었다. 꼬투리당 알 수는 2, 3개. 한국에서 재배하는 콩에 비해 키는 큰 대신 곁가지와 꼬투리 수가 적었으나 밀식(密植)으로 수확량이 보전된다고 경남농업기술원 김대호 박사가 설명했다.

연해주=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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