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빙하 녹아내려 부탄에 홍수-산사태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7일 03시 00분


틴레이 부탄 총리 방한

“행복도 환경과의 조화에서 나옵니다. 부탄이 경제발전에만 몰입했다면 더 잘살았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연과의 조화, 환경보전, 오염물질규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요. 온실가스를 줄인다는 측면에서 부탄은 ‘글로벌 리더’라고 생각합니다.”

지그메 틴레이 부탄 총리(58·사진)는 ‘환경과 행복은 어떤 관계가 있나’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제4차 유엔 재해경감 아시아각료회의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그를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외교센터에서 만났다. 부탄은 1970년대부터 ‘국민총생산’ 대신 ‘국민총행복’을 발표해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부탄 국민들은 경제적으로 가난하지만 삶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하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부탄 국민들의 행복이 깨지고 있다. 부탄은 기후변화 취약국으로 분류된다.

“부탄은 최근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겨울에는 더 건조해지고 여름에는 더 더워지는 등 기온 양극화가 심해져 농사가 어렵습니다. 국민들도 힘들어합니다. 예전에 없던 해충, 질병이 창궐해 보건문제도 심각합니다.”

특히 부탄은 지구온난화로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가 녹으면서 홍수와 산사태 피해가 많다. 이로 인해 유적 사원도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신종 인플루엔자가 창궐했고 9월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부탄은 지진활성도가 높은 지역이라 잠재적 대재난 위험은 더 크다는 평이다. 틴레이 총리는 “재해보다 더 무서운 것은 기후변화로 인한 불확실성”이라며 “산사태, 홍수, 태풍보다 심각한 문제는 자연재해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사실과 이에 따른 불안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진국들이 개발과 경제적 가치창출에만 몰두하다 보니 지구온난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며 “이산화탄소 등 환경오염물질 배출을 막는 데 선진국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지구촌 사람들이 기후변화와 환경재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많은 사람이 기후변화로 증가하는 재해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합니다. 정부와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미디어는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적극 알려야 하고 이를 통해 도출된 공통인식하에 기후변화와 재해 대책을 이끌 국가적 합의를 도출해야 합니다.”

틴레이 총리는 정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환경을 고려해 개발을 막으면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지만 정부는 이를 감수해야 한다”며 “한국은 재해의 위험을 잘 알고 컨트롤할 수 있는 국력이 있는 만큼 아시아지역 기후변화 대책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각료회의에서 부탄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국제사회의 협력과 아시아태평양지역 재해 공동해결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