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사의 광교신도시 이전이 계속 지연되면서 반쪽짜리 신도시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내년 말까지 착공하지 못하면 행정안전부 중앙투융자심사위원회로부터 재심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도 이런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최근 열린 올해 국정감사에서 “꼭 이전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변해 경기도청사가 계획대로 이전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신축 청사 설계비조차 확보 못해
경기도청사의 광교신도시 이전은 손학규 전 지사 재임 시절인 2004년 10월 중앙투융자심사위와 경기도의회 승인을 얻어 최종 결정됐다. 이후 수차례 조정을 거쳐 경기도는 광교신도시 중심부인 행정타운 특별계획구역에 2014년까지 용지 면적 8만8235m²(약 2만6000평), 총면적 9만8000m²(약 2만9000평) 규모로 공사비 4978억 원(토지 매입비 2100억 원 포함)을 들여 경기도청사와 경기도의회를 이전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디자인 공모를 통해 지난해 11월 신청사 디자인 당선작을 선정하고 경기도의회에 58억 원의 설계비를 상정했지만 전액 삭감됐다.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 부족과 호화청사 논란 등이 이유가 됐다. 이후 사업이 전면 중단돼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설계조차 못하고 있다.
경기도청사 신축 이전을 담당하고 있는 경기도 건설본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경기도의회에 다시 신청사 설계비를 상정할 계획”이라며 “도의회가 잘 판단해 주리라 믿는다”고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경기도의회는 지난해와 달리 민주당이 다수당이고 신청사 이전에 부정적인 반응이어서 설계비 확보는 불투명한 상태다. 예산이 세워져도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를 마치려면 1년 6개월에서 2년이 소요돼 당초 계획대로 착공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김문수 지사가 2006년 취임 이후 줄곧 도청사 이전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것도 이전에 큰 걸림돌이다.
○ 중앙투융자위 재심사 통과 미지수
경기도청사 신축 이전 사업은 2008년 10월 중앙투융자심사위 심사에서 사업 일부 축소를 전제로 사업계획 적합 판정을 다시 받았다. 그러나 중앙투융자심사위의 승인은 3년만 유효해 도가 내년 말까지 본공사에 들어가지 않으면 또다시 사업계획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재심사에 들어갈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호화청사 논란 등으로 재승인이 쉽지 않다는 게 경기도 주변의 시각이다. 정부가 지자체의 청사 신축 사업을 승인할 때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거나 신축 이전 자체에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재승인이 이뤄지지 않으면 도 청사 이전 계획은 최악의 경우 백지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역시 광교신도시 이전 예정인 수원지법의 법조타운(6만6000m²·약 2만 평)과 수원시가 개발하려는 수원컨벤션센터(9만9000m²·약 3만 평) 역시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 도청사 이전 무산될 경우 대비책 강구
경기도청사 이전이 물 건너가거나 대형 기관들의 입지가 지연될 경우 광교신도시 조성사업은 큰 난항에 부닥칠 개연성이 높다. 주변 상권들이 붕괴될 우려가 높고 입주민들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내년 9월 첫 입주를 앞둔 광교신도시 입주 예정자들이 경기도청사 이전을 촉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광교신도시는 현재 전체 입주 예정인 3만1000채 중 1만2000채가 분양된 상태지만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광교신도시 개발을 담당하는 경기도 도시주택실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면서 여러 가지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다”며 “입주민들이 재산상 불이익을 받거나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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