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더 교육적이고 창의적인 체벌 개발 나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7일 03시 00분


“우리가 학교 다닐 때와는 세상이 아주 달라졌잖아요. 학생들이 반발한다고 한탄할 게 아니라 학교가 더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 40대 학부모는 ‘학교 체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최근 대구와 경북지역 고교에서 교사가 학생들의 머리카락을 가위로 자르거나 주먹 쥐고 엎드려뻗쳐를 시키고, 막대기로 피가 나도록 때려 학생이 치료를 받아 학부모들이 반발했다는 것을 듣고 한 말이다.

대구와 경북이 ‘교육의 고장’이라고 자랑스레 말할 수 있으려면 학교 체벌에 대해 좀 참신한 발상을 할 필요가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체벌 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학생인권조례를 만들기도 하지만 정답이 될 수 없다. 학생은 인권을 주장하고 교사는 교권을 내세워 대립하면 ‘교육’은 점점 설 자리를 잃는다. 대구와 경북에는 이런 문제에 대해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체벌로 문제가 생기면 학교나 교육청은 덮는 데 급급하다.

체벌을 왜 꼭 때리는 식으로만 생각하는 것일까. 학생들이 유쾌하게 받아들여 교육적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는 체벌 방법은 없을까. 학생과 학부모들의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제자와 스승의 정(情)이 담긴 대구와 경북만의 독특한 체벌을 개발할 수 없을까. 대구시교육청과 경북도교육청이 강조하는 인성교육에 관한 많은 자료 어디에도 체벌에 대한 ‘창의적’ 발상은 찾아볼 수 없다.

학생이 규칙을 어겨 벌을 줘야 할 경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학교라는 말의 ‘교(校)’에도 벌준다는 뜻이 들어있다. 문제는 방법이다. 대구의 한 중학교 교사는 규칙을 어기는 학생에게 시(詩)를 외우게 하고 하교할 때 낭송하는 체벌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다. 시를 외우는 것도 고통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학생에게 반항 같은 심정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대구와 경북 학생들의 학력이 전국 최고 수준이 아니더라도, 지방자치단체의 교육 지원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적더라도 “대구와 경북 학교의 체벌은 참으로 교육적이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이 또한 교육의 고장이 되는 중요한 측면이 아닐까.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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