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특구본부) 이사회가 26일 회의를 열어 신임 이사장에 이재구 전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사무처장(52)을 선임했다. “기술경영에 대한 지식과 특구 운영에 필요한 유관기관 협력 등을 고려했다”는 것이 이사회의 설명이다. 하지만 초대 박인철, 2대 강계두 이사장 등 전임자들이 모두 재정부 전신인 기획예산처 고위 관료 출신이어서 특구본부 이사장이 ‘재정부 퇴직 공무원 노후보장 자리냐’는 지적이 나왔다. 더구나 이 신임 이사장은 8월 이사장 초빙공고 직후 곧바로 내정설이 나돌았던 인물이다.
이번 인사에 대해 지역 과학기술계에서 탐탁지 않은 시각이 적지 않은 것은 전임 이사장들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박 전 이사장과 강 전 이사장 모두 좋은 자리가 나타나자 임기도 채우기 전에 자리를 박차고 떠났기 때문이다.
박 전 이사장은 임기를 보름여 앞둔 2008년 7월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으로, 강 전 이사장은 임기를 무려 1년 5개월이나 앞둔 7월 광주시 경제부시장으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이 때문에 올 8월 이사장 모집 공고가 나가자 지역 과학기술계에서는 “충청권 출신이 이사장 요건 중 한 가지가 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돌았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이상민 의원(자유선진당·대전 유성)은 “앞선 두 이사장이 대구와 광주로 내려가 각각 연구개발특구 지정과 운영을 위해 뛰면서 대덕특구와 경쟁관계를 조성하고 있는 것은 기가 차는 일”이라며 “이번에도 경제부처 퇴직 공무원을 선택한 정부는 인사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이사장 역할을 관료 출신과 비(非)관료 출신 중 누가 더 잘 해낼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다만 특구본부 출범 초기에는 정부와의 원만한 협조체제를 통해 조기에 특구본부를 정착시켜야 했기 때문에 관료 출신에 대한 기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 특구를 ‘속빈 보통구’를 넘어 국가신성장동력의 원천기지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제 창조적 비전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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