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엄마 아빠 이혼하게 해 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8일 03시 00분


“한부모가정돼야 정부 지원”… 연락 끊긴 아빠 상대 소송
딸이 재판부에 간곡히 호소

“이혼이라는 말을 쉽게 하는 건 아니지만 엄마랑 아빠가 이혼하면 정부에서 지원해준다고 알고 있습니다.” 2008년 5월 돈 벌러 지방에 간다면서 집을 나간 아버지는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송희정(가명·15·중학교 3학년) 양은 가끔 아버지한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도 했지만 ‘동생들 잘 돌보고 엄마 말씀 잘 들어라’라고 하던 아빠는 어느 날부터 문자도 전화도 끊었다. 졸지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된 송 양의 어머니는 네 자녀와 시어머니를 부양하기 위해 편의점에서 하루 11시간씩 일했다. 밤새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은 한 달에 150만 원.

딸이 고교에 진학할 때가 되자 어머니는 남편을 상대로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소송을 냈다. 어머니의 마음고생을 보다 못한 송 양은 최근 재판부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하게 해달라는 진술서를 냈다. 부모가 이혼해 ‘한부모 가정’이 되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기 때문. 송 양은 “지금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건 학교에서 나오는 급식비와 장학금 10만 원, 유치원에도 다니지 못하는 막냇동생에게 들어오는 10만 원이 전부”라고 밝혔다. 송 양의 사연을 접한 서울가정법원 산하 서울소년보호지원재단은 송 양을 포함해 부모가 이혼소송을 하거나 비행으로 재판을 받은 보호소년 42명에게 장학금 30만∼50만 원씩을 지급했다. 재판부는 송 양 어머니의 사정을 검토해 다음 달 초 이혼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