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 개통을 앞두고 28일 고속철도(KTX) 역이 준공되는 경북 경주시와 김천시가 들썩인다. 경주는 관광도시로서 우뚝 솟는 것을, 김천은 영남지방의 교통 관문을 각각 꿈꾼다. 하지만 KTX 개통으로 ‘머물’ 관광이 ‘스치는’ 관광으로 바뀌는 등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주시는 30, 31일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경주 관광 르네상스’ 행사를 연다. 현재 경주역에서 서울역까지 새마을호 열차를 탈 경우 4시간 40분 걸리는 것이 고속철로는 2시간 만에 갈 수 있어 수도권 관광객이 몰려올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이 행사에는 주한 외국대사, 외국인 관광객, 초중고교 교장단, 여행작가 등 1000여 명이 참가해 경주 남산과 세계문화유산인 양동마을 답사 등을 할 예정이다. 고속철 개통이 경주 관광의 큰 전환이 되도록 매력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것을 선포하는 셈이다. 경주시 건천읍 화천리에 건립된 신경주역에는 KTX가 주중 37회, 주말 47회 정차할 예정이다.
경주시의 기대와는 달리 KTX가 오히려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서울도 한나절 생활권으로 가까워지는 데다 동대구역 16분, 울산 7분, 부산까지는 23분에 갈 수 있어 의료와 쇼핑 등을 위해 이동하는 사례가 훨씬 늘어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보문단지의 한 호텔 관계자는 “오전에 경주에 왔다가 저녁에 서울로 돌아갈 수 있어 기대보다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경주에 쉽게 와서 오래 머물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 열쇠”라며 “더 느긋하게 경주를 즐길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천시는 ‘국토의 중심’이라는 도시 슬로건이 KTX 역을 계기로 현실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김천(구미)역이 있는 남면 옥산리까지 오가는 버스를 하루 100여 편 마련했다. 김천(구미)역에는 주중 36회, 주말 44회 정차할 예정이다.
그러나 김천∼서울을 1시간 15분 만에 갈 수 있는 교통이 김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특히 역사 인근에 조성 중인 혁신도시(경북드림밸리)가 큰 관심거리다. 김천시로서는 혁신도시에 KTX가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이곳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 직원들이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는 경우가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박보생 김천시장은 “KTX가 교통중심지로서 김천의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교육과 문화 기반을 개선하고 편리한 연계교통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역 이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김천과 갈등을 빚었던 구미는 기대감보다는 불만스럽다는 분위기가 많다. 김천(구미)역 때문에 현재 구미역에 하루 8회 정차하던 KTX가 없어지는 데다 승용차로 갈 경우 30분가량 걸려 별 매력이 없다는 것이다. 구미시는 역사까지 하루 80회 오가는 버스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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