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동전 나눔 운동]거스름돈 기부 어떻게

기부자 원하는 곳에 투명하게 전달… 소득공제 혜택도

본보가 후원하고 KB국민은행이 주관하는 ‘사랑의 동전 나눔’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서(MOU) 체결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홍성표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박을종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민병덕 KB국민은행장, 김일환 롯데슈퍼 상무, 박동은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총장, 김동헌 지앤넷 대표이사(왼쪽부터)가 참여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당신에게는 하찮은 동전이지만 어려운 이웃에게는 희망의 동전이 될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과 롯데슈퍼, 사회복지단체가 손잡고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사랑의 동전 나눔 운동’의 모토다. 기부는 돈 많은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라 남을 돕겠다는 뜻이 있다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도록 소액의 동전 기부를 받는 게 특징.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기부금 모금에서부터 관리, 전달의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며 “우리 내면에 잠재된 ‘나눔의 유전자’를 일깨우고 생활기부문화가 정착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어떻게 기부하나

국민은행은 이번 소액기부운동을 위해 기부 웹사이트를 포함한 ‘거스름돈 기부시스템’을 다음 달까지 만들기로 했다. 기존의 동전 모금함 방식의 번거로움을 덜기 위한 것. 기부를 원하는 사람은 먼저 웹사이트에서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나 현금영수증카드번호 등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이때 자신이 기부하고 싶은 단체를 사전에 지정할 수 있다.

이어 전국 롯데슈퍼에서 물품을 구입한 뒤 계산대에서 거스름돈을 기부하겠다고 밝히면 자신의 명의로 해당 금액을 사전에 지정한 단체로 전달할 수 있다. 기부금은 월 단위로 전달된다. 예컨대 2만9900원어치 물건을 사고 3만 원을 낸 뒤 “잔돈은 기부하겠다”고 말하면 국민은행을 통해 100원이 사회복지단체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롯데슈퍼는 고객에게 현금영수증과 기부확인증을 준다.

시범사업에는 롯데슈퍼(6월 말 기준 242곳)만 참여하지만 조만간 세븐일레븐(4042곳)과 롯데마트(84곳) 등 롯데 계열의 상점이 동참하고 다른 유통업체도 참여할 예정이다. 기부 대상 단체도 당장은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신용회복위원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3곳으로 시작하지만 시범사업 이후 다른 사회복지단체로 확대할 방침이다.

○ 기부자에게 인센티브

사랑의 동전 나눔 운동에 참여한 기부자에겐 연말 소득공제와 금융우대 혜택이 제공된다. 기부자는 기부 대상 단체로부터 기부금영수증을 받아 연말정산에 활용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별도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통해 자동적으로 소득공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국세청과 협의할 계획이다. 또 소액 기부금에 대해선 소득공제 방식보다 혜택이 비교적 큰 세액공제 방안으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민은행도 현금 거스름돈을 기부한 개인 가운데 국민은행과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고객에 대해서는 우수 기부자를 선정해 금리 또는 수수료 우대 혜택을 주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롯데슈퍼의 연간 현금거래 건수와 거스름돈 발생 비율 등을 고려할 때 평균 기부금이 50∼100원이면 4억2000만∼10억9000만 원이 조성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범사업 이후 기부금 모금 장소가 늘어날 경우 전체 기부금은 수십억 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 소액기부 활성화 계기

금융당국은 사랑의 동전 나눔 운동을 통해 개인 기부 문화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해 모금액 3318억 원 가운데 개인 기부는 770억 원으로 23.2%에 그쳤다. 나머지는 모두 기업과 정부기관, 사회단체 등이 기부한 것. 이에 따라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소액이라도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부는 또 거스름돈 기부가 활성화될 경우 동전을 발행하고 유통시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크게 절감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시중에 풀린 동전은 500원 18억 개, 100원 76억 개, 50원 19억 개, 10원 67억 개로 국민 1명당 동전을 약 360개씩 가진 셈이지만 적잖은 동전이 유통되지 않고 사장돼 올해 추가로 발행하는 비용만 600억 원에 이른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