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공동 급식, 농촌문화를 바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일 03시 00분


농번기 가사부담 덜고… 홀로 노인 챙기고…

전남 나주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행한 농번기 마을 공동급식 사업이 농촌의 점심 문화 풍경을 바꿨다. 지난달 28일 오전 농사일을 마친 농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점심식사를 함께하고 있다. 사진 제공 나주시
전남 나주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행한 농번기 마을 공동급식 사업이 농촌의 점심 문화 풍경을 바꿨다. 지난달 28일 오전 농사일을 마친 농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점심식사를 함께하고 있다. 사진 제공 나주시
지난달 28일 낮 12시 전남 나주시 동강면 진천리 마을회관. 오전 농사일을 마친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회관이 왁자지껄해졌다. 주민들은 상추 겉절이, 찌개, 젓갈 등으로 소박하게 차려진 밥상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 마을은 농번기인 봄과 가을이면 주민들이 모여 점심 식사를 함께한다. ‘급식 도우미’인 부녀회원들이 밥을 짓고 김치 등 반찬은 각자 집에서 가져온다. 이 마을 박운서 이장(52)은 “한창 바쁠 때 식사 준비를 해야 하는 수고를 덜고 혼자 사는 노인들도 챙길 수 있어 3년째 공동 급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주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행한 ‘마을 공동급식’이 농촌의 새로운 공동체 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나주시는 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의 일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2007년 9월부터 15개 마을을 대상으로 ‘농번기 마을 공동 급식’을 시행했다. 선거법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2008년 ‘마을 공동 급식 지원 조례’를 제정한 이후 현재는 60개 마을이 공동 급식에 참여하고 있다. 나주시는 이들 마을에서 농사일이 상대적으로 적고 음식 솜씨가 좋은 주민 1, 2명씩을 급식 도우미로 뽑아 1인당 4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공동 급식 지원사업이 좋은 반응을 얻자 나주시는 내년부터 대상 마을을 12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는 나주시 전체 마을 559곳의 21%에 해당하는 것. 시는 1억6000만 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인건비 외에 음식 재료비도 지원하기로 했다.

박양희 진천마을 부녀회장(48)은 “도우미가 점심시간에 맞춰 음식을 차려주니 가사 부담이 크게 줄었다”며 “내년부터는 식재료비가 지원돼 더욱 푸짐한 점심상을 차릴 수 있게 됐다”고 좋아했다.

공동 급식제가 정착단계에 이르자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문의와 견학도 잇따르고 있다. 노종상 나주시농업기술센터 농업행정담당은 “주민들이 일손을 덜고 화합도 다질 수 있는 ‘효자 복지행정’이라며 무척 반기고 있다”며 “공동 급식이 농번기 농촌 점심 풍경을 바꿨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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