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인 고려 팔만대장경을 조판했던 인천 강화도 선원사(강화군 선원면 지산리·사적 259호)에 31일 새로운 ‘식구’가 왔다. 올 4월 강화도에 사상 최대의 구제역 회오리가 몰아치면서 도살 처분된 ‘우보살’처럼 목탁 치는 소 2마리가 선원사로 출가한 것이다.
전남 담양과 전북 정읍의 농가에 살던 세 살 된 암소들이 가축 이동용 트럭에 실려 이날 오후 3시 선원사에 도착했다. 선원사 주지 성원 스님은 “구제역 여파로 6∼8년 동안 절에서 지내오던 ‘우보살’ ‘신우보살’ ‘광양우보살’ 등 3마리 소가 희생됐다는 소식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알려지자 전국 5곳에서 목탁 소리를 내는 소가 있다는 연락이 왔었다”며 “이 중 2마리를 골라 절로 데려온 것”이라고 말했다.
‘우보살’ 같은 소 2마리가 절에 온다는 소리를 들은 신도들은 이날 조촐한 환영식을 치러주었다. 100여 명이 모여 소의 장생을 기원하는 법회를 마련했고 법명도 지어줬다. 법명은 이들이 살던 지명을 따 ‘담양우보살’ ‘정읍우보살’.
목탁 치는 소로 선원사에 처음 출가한 ‘우보살’은 2003년 12월 경남 고성에서 왔다. 이듬해 같은 지역에서, 2005년 전남 광양에서 목탁 소리 내는 소가 잇따라 선원사 식구가 됐다. 성원 스님은 “목탁 소리를 내는 소 사연을 TV에서 보고, 현지로 달려가 절로 데려왔다”고 전했다.
선원사는 우보살 등 3마리가 도살 처분되자 장례를 치러주고 야생화 봉분을 갖춘 묘지도 꾸며주었다. 저승으로 간 지 49일 된 5월 31일엔 ‘우보살 구제역 살처분 가축영가 49재’를 지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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