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예비 고3 눈물겨운 ‘수험생 준비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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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일 03시 00분


“1등 머리카락을 얻어라… 살찔테니 미리 다이어트…”


현재 고2인 예비수험생들이 부쩍 바빠졌다.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370여 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 아직 1년 넘은 시간이 남았지만 예비수험생들은 철저하게 나만의 수능 대비 계획을 세운다. 단순히 잠을 줄이거나 학습량을 조절하는 공부 계획이 아니다. 예비수험생들은 저마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는데….

○ 미신 때문에 전교 1등 머리카락 쟁탈전 벌이기도

예비수험생들의 가장 큰 바람은 뭐니뭐니 해도 ‘수능 대박’. 비록 수능까지 남은 시간은 고1때보다 절반으로 줄었지만 아직 2011학년도 수능이 끝나지도 않은 지금, 현재 고2들에게 수능 공부가 절실하게 느껴질 리 만무하다. 이런 이유로 요즘 고2 가운데 ‘수능을 잘 보게 해 준다’는 각종 미신에 빠진 학생들이 더욱 많아졌다.

수능을 잘 치른 선배들의 교과서나 문제집을 물려받으면 자신도 똑같이 수능 점수가 오른다는 건 대표적인 미신. 심지어는 수업시간이나 쉬는 시간 잠을 잘 때 영어 단어장에 얼굴을 파묻고 자면 영어성적이 오른다는 미신도 있다. 고2 안모 양(17·경기 수원시)은 “수시 1차로 명문대에 합격한 선배들의 책은 이미 친구들이 모두 가져간 지 오래”라며 “2011학년도 수능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공부를 잘하는 선배들의 책을 예약해 놓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학생들 사이에 ‘열공펜’이 유행하고 있다. 열공펜이란 일반적인 볼펜에 전교 1등 또는 반 1등의 머리카락을 붙여 만든 펜. 1등의 기운이 펜으로 옮겨와 공부가 갑자기 잘된다는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이런 다소 황당한 미신 탓에 애꿎은 1등의 머리카락만 반 아이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서울의 한 여고에 다니는 2학년 정모 양(17·서울 강동구)은 “얼마 전엔 반 1등인 친구가 잠시 졸고 있는 사이에 한 친구가 열공펜을 만들겠다며 가위로 반 1등의 머리카락을 조금 잘라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 엉뚱한 수험생활 준비 계획방법

예비수험생의 관심사는 비단 공부뿐만이 아니다. 여학생들에겐 당장 수험생활로 인해 늘어날 몸무게가 수능 성적보다 더 걱정이다. 이에 몇 몇 여고에는 살이 찔 것에 대비해 미리 다이어트를 하는 다소 엉뚱한 여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몸무게가 50kg인 고2 한모 양(17·서울 강동구)은 2주 전부터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고3이 되면서 몸무게가 늘어날 게 뻔하다고 생각해 5kg을 미리 감량하기로 결심한 것.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매일 줄넘기를 1000개 이상씩 하는 건 기본. 오후 6시 이후엔 일절 음식을 입에 대지도 않으며 다이어트 관리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하루에 몇 칼로리나 섭취했는지 매번 기록한다. 한 양은 “2학년 때 50kg 초반으로 날씬했던 한 선배가 고3이 된 뒤 살이 10kg가량 찌고 ‘폭풍돼지’란 별명으로 불리는 걸 보고 ‘몸매 관리를 미리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본격적인 고3 수험생활을 위해 같은 반 친구 4명도 같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학생들이 다이어트에 온 힘을 쏟는다면 남학생들은 고교생활의 마지막 연애 기회를 잡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본격적인 수험생활을 앞둔 탓에 커플이 될 성공률이 낮아지진 않을까?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서울의 한 남녀공학 고교에 다니는 2학년 장모 군(17·서울 노원구)은 “3주 사이에 반에 여자친구가 있는 친구가 2명에서 7명으로 급증했다”면서 “여학생들도 힘든 수험생활에 의지할 사람을 찾다보니 수능이 가까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성공률이 되레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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