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대전시와 중구가 뒤늦게 원상 복원하겠다고 했으나 전문가들은 완전복구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역사가 짧은 도시’, ‘문화재가 부족한 도시’라는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전이 그나마 근대 건축물마저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이다.
2층짜리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인 1929년 당시 대전에 파견된 철도국장의 거주를 위해 지은 관사. 지붕이 우뚝 솟아 주변에서는 ‘뾰족집’으로 불렀다. 일본식 다다미방과 동으로 만든 문틀, 일본에서 가져온 나무로 짓는 등 일본식과 서양식이 고루 섞여 2008년 7월 대전시가 문화재로 가(假)지정했다. 가지정 문화재는 지정문화재에 준하는 보호를 받으며 훼손하면 처벌받는다.
하지만 재개발조합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철거에 나서 지금은 내부시설은 훼손되고 앙상한 골격만 남아 있다. 조합 측은 “이전을 염두에 두고 일부 자재는 보관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책임의 소재는 피해갈 수 없을 것 같다.
더 큰 문제는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중구청과 대전시의 부실한 문화재 관리 체계.
대전문화연대와 대전문화역사진흥회는 공동성명을 내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두 단체는 “뾰족집의 훼손은 시민의 공공재인 문화재를 훼손한 것으로 대전시의 문화재에 대한 인식 수준과 탁상행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 단체는 “뾰족집의 원상을 회복하고 문화재를 훼손한 책임자를 즉각 고발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남아 있는 목조물과 기록, 설계도면 등을 바탕으로 이전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완전 복원이 어려운 데다 건축물로서의 가치는 이미 상실됐다”면서 “그나마 남아 있는 건축물 등에 대한 보존을 위해서라도 이번 사안에 대해선 엄격한 조처가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