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으로 올 4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한 인천지역 대표적 업체인 대우자동차판매㈜의 정상화가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보통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4개월 이내에 본격적인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지만 대우차판매의 경우 경영진과 주채권은행의 갈등으로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에 따라 대우차판매가 미국 파라마운트 영화사와 2012년까지 인천 연수구 동춘동 송도유원지 일대(49만9575m²)에 조성하기로 한 ‘무비파크’ 사업도 미궁에 빠져버렸다. 이 사업은 놀이시설과 워터파크, 호텔, 아파트 등을 짓는 것으로, 대우차판매 경영정상화의 핵심으로 불려왔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민유성 행장은 올 5월 “대우차판매의 자체 채무 1조3000억 원 외에 건설 지급보증이 1조 원에 이르러 망가지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살릴 수 있는 부분을 살려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산은의 역할이기 때문에 대우차판매의 회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산업은행은 7월 대우차판매를 크게 자동차와 건설부문으로 분할하는 정상화 방안을 내놓았다. 자동차부문은 신설법인으로 분리해 자동차 판매와 정비, 중고차 매매 등으로 재편하고, 건설사업부문은 존속법인으로 남기기로 했다. 또 산업은행은 장부가액으로 1조2000억 원에 이르는 무비파크 개발사업도 존속법인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대우차판매는 6월부터 자산매각과 대규모 정리해고에 나서는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산업은행에 화답했다. 자동차사업부문 전체 직원 717명 중 380여 명(53%)을 감축하고, 임원의 70% 이상을 계약해지하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건설사업부문은 전체 임직원 400여 명 가운데 현재 160여 명이 해고된 상태다. 특히 건설부문 노조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채권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모든 조치를 조건 없이 수용하고, 쟁의행위 금지와 인건비 삭감 등을 수용한다는 내용의 노사 동의서를 제출했다. 9월에는 이동호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과 산업은행이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서에 날인했다.
이처럼 외견상으로는 대우차판매에 대한 워크아웃이 큰 문제없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현 경영진과 산업은행의 주도권 다툼으로 정작 워크아웃 개시결정이 떨어지지 못하고 있다. 대우차판매 노조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현 경영진에 워크아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괄 사퇴할 것을 요구하며 Y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검토하고 8월 한 달 동안 실사를 진행했다. 반면 현 경영진은 사퇴를 거부하며 A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추천하고, 10월 실사를 벌이는 등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A사는 최근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현 경영진의 경영권 보장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크아웃이 지연되면서 200여 곳에 이르는 대우차판매 협력업체들은 부도위기 속에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채권단이 워크아웃 신청 이후 협력업체들에 대한 각종 대금 결제를 대부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도 길거리에 나앉게 될 처지가 됐다며 아우성이다. 3월부터 현재까지 모든 임직원이 급여의 40∼55%만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석 달 치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우차판매 노조는 그동안 채권단이 파견한 경영관리단이 자산을 처분해 생긴 수익을 대부분 대출금을 상환하는 데 쓰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조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경영진의 다툼 탓에 각종 건설공사를 수주하지 못하거나 중단하는 상황이 우려된다”며 “경영진과 채권단이 협의해 밀린 결제대금과 급여를 지급하고, 워크아웃을 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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