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그룹 수사… 임 회장, 정치권 무차별 구명 로비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3일 03시 00분


이상득 의원에 실패뒤 다른 의원들 연쇄접촉說

임병석 C&그룹 회장이 2008년 9월 이명박 대통령의 형이자 여권 실세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에게 구명 로비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시 자금난으로 궁지에 몰린 임 회장이 이 전 부의장 외에 또 다른 현 정권 인사들에게 무차별 로비를 시도하지 않았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임 회장이 사전 약속도 없이 이 전 부의장을 서울 여의도의 L호텔 양식당으로 찾아간 2008년 9월은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하는 등 국제금융위기가 정점으로 치닫던 시기였다. 은행이 시설자금 대출을 줄이면서 C&중공업이 건조하던 벌크선은 한 달째 목포 조선소의 도크에 방치돼 있었다. 다른 계열사의 자금을 무리하게 끌어들여 조선업에 진출했던 임 회장은 당시 돈줄이 마르자 자금 수혈을 위해 또 다른 여당 실세 의원, 여당 출신 공기업 사장 등을 연이어 접촉했다는 소문도 나돈다. 한 C&그룹 전직 임원은 “당시 임 회장이 ‘1000억 원만 있어도 조선소를 다시 가동할 수 있다’며 임원들을 재촉했다”고 전했다.

임 회장은 한 달 뒤인 그해 10월 말에는 임원들을 대동하고 금융감독원을 무작정 찾아갔다. 임 회장은 “회사 자금난을 해소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금감원으로부터 “개별 회사에 대한 자금 지원은 은행에서 판단할 사항으로 금감원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답변만 받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금융감독기관에 자금난 해소를 요구한 것은 사실상 은행에 압력을 넣어달라는 취지여서 다급해진 임 회장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구명로비에 나섰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잇따른 구명활동이 실패하면서 C&중공업과 C&우방은 그해 12월 워크아웃에 들어서게 된다.

검찰은 이 전 부의장에 대한 로비 시도는 사실상 수사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의원이 임 회장이 건넨 굴비상자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한 로비’이고, 굴비상자 안에 금품이 들어 있었는지도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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