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이 다가오면서 입학사정관전형과 자기주도학습전형에서 자기소개서나 특이한 활동 경력으로 쓰기 위한 캠프가 인기다. 사진은 지난해 겨울방학에 진행된 해병대리더십캠프(왼쪽)와 과학실험캠프. 그러나 전문가들은 “교외활동이 아무리 다양해도 교내활동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사진 제공 한국청소년캠프협회
《학부모 김모 씨(42)는 올 겨울방학에 중학교 2학년 아들을 어떤 캠프에 보낼지 고민 중이다. 그는 “지난 여름방학에는 그냥 학원에만 보냈는데, 내년에 과학고에 지원할 거라 자기소개서에 쓸 만한 캠프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겨울방학을 맞아 초중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한 각종 캠프 모집이 벌써부터 한창이다. 예전에는 방학 캠프로 국내 혹은 해외 영어캠프가 주를 이뤘지만 요즘은 입학사정관전형과 자기주도학습전형에 대비하기 위한 소위 ‘스펙 쌓기’ 캠프가 늘었다.》
○ ‘자기주도학습’ 대비 캠프 급증
특목고와 대학 입시 등에서 ‘자기주도학습’이 핵심이 되면서 자기주도학습 습관을 기르고 리더십과 자신감 향상 등을 목표로 하는 캠프가 크게 늘었다.
한 업체가 내년 1월 중 진행할 자기주도학습 캠프 신청 홈페이지에는 ‘자기주도학습 전형은 학생이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갖췄는지 평가하는 전형으로 내신과 면접이 주요 평가대상’이라며 ‘명문대 대학생들이 공부방법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춰 수학 영어를 기초부터 선행학습까지 탄탄히 지도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2주간 진행하는 이 캠프의 참가비는 170만 원. 한 학부모는 “자기주도학습 캠프라고 해도 선행학습을 하는 건 학원과 마찬가지”라면서도 “여름방학 때 주변 엄마들이 많이 보내기에 이번에는 우리 아이도 신청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게 인성과 리더십을 길러준다는 또 다른 캠프도 마찬가지다. 5박 6일간 발표력 강화, 성격변화, 불안감 극복 훈련, 예절교육 등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은 53만 원. 이 캠프는 여성가족부가 청소년 수련활동 인증서를 발급한다는 이유로 지난 여름방학 때도 3차에 걸쳐 진행할 정도로 인기였다. 아이를 참가시켰던 한 학부모는 “프로그램의 좋고 나쁨을 떠나 학교생활기록부에도 반영된다고 하고, 나중에 입시에서 면접 볼 때 도움이 될까 해서 보냈다”고 했다. ○ “방학 때 아니면 언제 특이한 스펙 쌓나”
입학사정관전형을 대비해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기록하거나 자기소개서에 적을 만한 ‘스펙’을 쌓기 위한 캠프도 많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박모 씨(35·여)는 “입학사정관전형에 성공하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한 다양한 활동이 차곡차곡 누적돼 있어야 한다고 들었다”며 “평소 학교만 다니면서는 특이한 스펙을 만들기 힘들기 때문에 방학 때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캠프는 주로 체험활동 위주로 국토순례, 해병대 체험, 자전거 체험여행, 봉사, 주니어CEO캠프, 과학실험 등 다양하다. 여름방학에 중학교 3학년 딸을 국토순례에 보냈던 한 학부모는 “처음 해보는 거라 아이가 체력적으로 힘들어했지만 이런 활동이 아니면 자기소개서에 ‘힘들었던 경험’이나 ‘위기 극복 사례’ 등으로 쓸 만한 극적인 경험이 거의 없지 않냐”고 물었다.
이런 가운데 대학에서 학생들의 진로 경험을 위해 여는 캠프는 신청 경쟁이 치열하다. 비용이 없을 뿐만 아니라 공신력이 최고이기 때문이다. 포스텍에서 진행하는 ‘이공계학과 대탐험’이 대표적이다. 이 캠프는 이공계대학 진학에 관심 있는 일반계 고교 1학년 중 수학 과학 성적이 2등급 이내면서 학교장의 추천을 받거나 과학고 영재고 민족사관고 1학년 중 학교장 추천을 받은 학생만 신청 가능하다. 여름방학에 이 캠프에 참가했던 김모 군(17)은 “평소 이공계 관련 경험을 하기 힘든데 관심이 많이 생겼다”며 “대학에서 하는 것인 만큼 나중에 지원할 때 자기소개서에 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설 학원들이 ‘진학캠프’라는 이름으로 단기간 내 자기소개서, 면접, 논술 특강 등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한 학원이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할 ‘SKY 진학캠프’는 2박 3일간 변화하는 입시제도 특강, SKY 입시전형 특강, 자기소개서·학업계획서·논술 특강, 면접 스킬, 모의 입학 면접 등을 실시한다. 비용은 63만 원. 학원 측은 “단기간에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심어주는 맞춤형 진학 캠프”라고 설명했다.
○ 교외활동 많아도 교내활동이 먼저
교육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캠프가 입학사정관·자기주도학습 전형 대비라는 명목으로 일반 사설학원과 다를 바 없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비용에 비해 부실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기주도학습 습관을 기르거나 진로·진학 캠프라고 해도 결국 선행학습을 하거나 면접, 논술, 자기소개서 작성 기술을 가르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목고와 대학들이 입시에서 사교육과 연관된 캠프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이재진 진학사 입시분석 선임연구원은 “대학이나 지자체, 교육청 등에서 주관하는 것이 아니라면 캠프에 과도한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며 “대학 쪽에서는 사교육과 연관된 활동은 인정을 안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공신력을 이유로 특정 대학과 연관 있는 캠프라고 학부모를 속이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한 유명 대학에서 진행한다고 소개한 ‘과학영재캠프’는 56만 원이라는 비용에도 불구하고 여름에도 신청이 만원을 이뤘다. 한 학부모는 “유명 대학에서 진행하는 것인 만큼 과학고에 진학할 때 엄청난 이력이 될 거라며 엄마들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캠프는 이 대학 산학협력단 입주기업에서 진행하는 것. 이 대학 관계자는 “우리는 들어보지도 못한 캠프를 우리가 주관한다고 알려졌더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또 “자기소개서에 특이한 활동 사항을 기록하려고 캠프에 많이 참가해도 충실한 교내활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다. 이재진 진학사 연구원은 “자기소개서 중 ‘학과에 가기 위한 노력’ 항목에 교외 활동을 수없이 적는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충실한 학교생활을 보장할 만한 내신과 교내 수상실적이 먼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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