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이사람/사진촬영 전문가 충남경찰청 최용복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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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4일 03시 00분


“범행현장 증거 적외선 촬영, 과학수사 한단계 높이겠다”

최용복 경위가 충남지방경찰청 다기능증거분석실에서 자외선 장비로 증거물에서 범죄 단서를 찾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최용복 경위가 충남지방경찰청 다기능증거분석실에서 자외선 장비로 증거물에서 범죄 단서를 찾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장교 한 명이 권총 탄알에 맞아 숨졌다. 군 수사기관은 시신 주변에서 권총은 찾아냈지만 총알 각도가 애매한 데다 동기도 불분명해 자살인지 타살인지 가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방아쇠 조사에 희망을 걸었지만 고민은 남아 있다. 방아쇠의 지문이나 유전물질(DNA) 검사로 누가 격발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지만 흔적이 미미해 실패할 가능성도 높다. 현재의 과학수사 기법으로는 지문 채취로 문제를 풀 가능성이 더 높지만 이를 위해 시약을 써 증거를 오염시키면 DNA검사 등 2차 조사는 포기해야 한다.”

충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최용복 경위(52)는 가상이지만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 대해 “머지않아 해결 방법이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내 최초로 비가시광선(자외선, 적외선 등) 범죄사진 촬영 분야의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인 그는 “적외선 촬영을 활용하면 증거를 오염시키는 시약을 쓰지 않아도 되고 이 경우 1차 조사(지문 채취)가 실패해도 2차, 3차의 다른 조사가 여전히 가능하다”며 “다만 아직 기법을 실제에 적용할 만큼 개발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가시광선을 활용해 범죄사진을 촬영하면 훨씬 정밀한 증거 확보도 가능하다. 기존 카메라로 현장 지문을 촬영하면 배경과 함께 찍혀 판별이 어렵지만 적외선 촬영을 하면 배경이 없어져 백지 위에 지문을 찍은 것처럼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1982년 경찰에 입문한 최 경위는 수사 형사 등으로 활동하다 과학수사의 신분야를 개척해 보기로 하고 2006년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 과학수사학과에 입학했다. 이듬해에는 과학수사계로 옮겨 현업과 학업을 함께하며 연구하고 있다.

그는 2008년 ‘400∼1100nm(나노미터) 사진촬영 연구’란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데 이어 내년에 박사 학위 취득을 목표로 논문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동안 카메라에 대해 기초부터 지식을 익히다 보니 이제는 카메라를 필요한 용도로 개조해 사용할 정도로 전문가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미개척 분야를 연구하다 보니 국내에는 참고할 서적이 없어 외국서적을 뒤적이고 인터넷을 통해 관련 지식과 정보를 찾아내 공부해야 했다.

최 경위는 “미국의 오 제이 심슨((O. J. Simpson) 사건, 한국의 치과의사 모녀 살해사건은 수시기관에 증거의 확보도 중요하지만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법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웠다”며 “학문적 연구결과를 실제 사건에 접목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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