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랄한 마트사냥꾼들… 경영난 6곳에 “공동운영” 접근뒤 조폭 동원해 강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4일 03시 00분


시설물 땡처리로 15억 챙겨… 업주 2명 충격에 자살

동네 마트를 운영하는 중소상인들에게 접근해 빚을 갚아줄 것처럼 속여 마트 운영권을 빼앗은 ‘마트 사냥꾼’들이 붙잡혔다. 일부 상인들은 사기를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동네 마트 업주에게 공동운영을 제안한 뒤 바지사장을 내세워 운영권을 넘겨받고 조직폭력배들과 함께 매장 내 상품과 시설물 등을 헐값에 팔아 넘겨 15억 원 상당을 받아 가로챈 사채업자 서모 씨(48)와 김모 씨(42) 등 3명을 구속하고 강모 씨(47) 등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이들 일당은 자금책, 물색책, 해결사, 바지사장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경찰에 따르면 서 씨 등은 2008년 6월∼2010년 1월 수도권 마트 6곳을 부당 인수해 상품과 시설물을 처분하고 총 15억5000여만 원을 챙겼다.

이들은 주로 경영난으로 빚에 허덕이고 있는 중소상인들에게 접근해 “빚을 떠안고 가게를 사겠다”며 운영권을 넘겨받았다. 약간의 계약금만 지불한 뒤 업주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서 씨 등은 사업자 명의를 바지사장으로 바꾸고 마트 내 상품과 냉장고 등 시설물들을 시가의 30∼50%에 불과한 헐값에 파는 이른바 ‘땡처리(염가로 팔아넘기는 것)’로 처분했다.

이들 일당은 업주가 항의하면 평소 알고 지내던 조직폭력배들을 동원해 협박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 씨 등에게 사기를 당해 물품대금, 매장 보증금, 관리비까지 고스란히 빚으로 떠안은 업주 두 명은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기업슈퍼마켓(SSM)과의 경쟁 등으로 사정이 어려운 마트가 많다는 점을 노린 악질 범죄”라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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