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테러경계령]전세계 테러공포 확산… 한국 全재외공관 155곳에 경계령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4일 03시 00분


“한국行 직항기 검색강화 요청하라”

예멘발 미국행 소포 폭탄과 예멘의 한국 송유관 폭발 등으로 불거진 테러 공포가 유럽과 중동 곳곳으로 확산되면서 세계를 떨게 하고 있다. 또 프랑스 대통령에 이어 독일과 이탈리아 총리 등 주요국 지도자와 공관들을 겨냥한 모방성 소포 폭탄 테러까지 이어지면서 각국은 ‘소포 패닉’에 빠진 모습이다.

이에 따라 한국도 국제테러 위험에 대비해 3일 155개 전 재외공관에 경계태세를 강화하도록 지시하는 한편 ‘대(對)테러 중점공관’ 38곳에 한국 기업과 교민의 안전을 점검토록 했다.

또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국과 직항노선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의 경우 해당 공관장이 현지 공항당국과 경찰을 접촉해 한국행 승객과 화물에 대한 검문검색 강화를 요청하도록 했다. 국제테러 가능성에 대한 공관의 경계태세 강화는 필요한 경우 수시로 취해 왔지만 한국행 승객과 화물에 대한 검색 강화 요청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한국에 대한 테러 징후가 포착된 것은 아니지만 국제 테러정보를 종합해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4일 ‘G20 안전점검회의’를 열어 이번 G20 서울 정상회의에 참석할 각국 정상의 경호 안전 대책, 예상되는 집회와 시위 상황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송유관 폭발 사건과 관련해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현지 시간으로 2일 오전 8시 ‘퍽’ 하는 소리가 들렸으며 폭발물 잔해 등 흔적이 발견돼 폭발로 추정하고 있다. 화재는 송유관에서 지상으로 흘러나온 원유가 자연 발화돼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유관 테러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의 지도자 안와르 알울라키와 폭탄제조가 이브라힘 알아시리를 체포하기 위한 예멘 정부의 대대적인 군사작전에 대한 반격이라는 해석이 많다.

서유럽 국가들이 피부로 느끼는 소포 폭탄 테러의 공포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소포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아테네 소재 다수의 외국 공관을 겨냥한 소포형 폭탄 11개가 발견된 그리스는 순식간에 유럽 소포 폭탄 공포의 근원지로 부상했다. 2일 아테네의 러시아와 스위스 대사관 등지에서 소포형 폭발물이 터진 직후 독일과 이탈리아 총리실에서도 발견됐다. 독일 정부 관계자는 “‘그리스 경제부’가 발신처로 돼 있는 책 모양의 소포에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폭발장치가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 伊서도 소포폭탄 발견… 호주 “필리핀 여행자제령”…
이라크선 21곳 동시다발 테러 ▼


토마스 데메지에르 내무장관은 “소포는 이틀 전 그리스에서 발송된 것”이라면서 “폭발 장치가 들어 있었으며 아테네 소재 스위스 대사관에서 폭발한 것과 같은 종류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이날 이탈리아 볼로냐 공항에서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수신인으로 한 소포 폭탄이 발견됐다. 이 소포는 택배사 TNT의 화물기 안에서 발견됐고 폭탄전문가들이 개봉하려는 순간 불꽃이 일면서 불이 붙었지만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프랑스 파리로 향하던 이 화물기는 벨기에를 거쳐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할 예정이었는데 그리스 경찰에게서 소포 폭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경보를 받고 항로를 바꿔 볼로냐에 착륙했다. 2kg가량의 작은 소포는 책이 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고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이름과 총리실 주소가 적혀 있었다.

이스트런던대의 앤드루 실커 테러연구소장은 “그리스 폭발물은 예멘발 소포 폭탄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파장이 컸다”며 “이런 종류의 폭탄은 만들기도 쉬워서 앞으로 몇 달간 유사한 공격이 크게 증가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러 위협은 아시아로도 번져가는 조짐을 보인다.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포함해 상당수 유럽 국가가 예멘발 항공 소포 및 화물의 자국 내 반입을 전면 금지했다. 호주 정부는 3일 발표한 여행경보에서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테러 공격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대형 쇼핑몰이나 회의장 등 외국인의 방문이 잦은 곳과 시장, 대사관, 호텔, 대중교통시설, 경기장도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시내 시아파 밀집 지역 21곳에서 동시 다발로 발생한 폭탄테러는 테러 대상과 장소의 무차별성과 예측불가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이로 인해 최소한 100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다쳤다. 이번 테러는 카페, 식당, 시장 등 사람이 밀집한 곳에서 발생했다. 이 가운데 11건은 차량 또는 자살 폭탄테러였다고 현지 보안소식통들은 밝혔다. 치안이 극도로 불안한 이라크이긴 하지만 수십 곳을 대상으로 다양한 방식의 테러 공격이 거의 동시에 발생해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전례가 없다고 서방 정보기관들은 말한다. 청와대는 북한 사이버부대가 G20 준비위원회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빈도가 급격하게 높아진 점을 확인하고 북한발 사이버 테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G20 행사 정보에 대해 중국 지역의 인터넷주소(IP)를 사용하는 제3자가 들락거려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