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았던 영암 F1, 부실운영 감사 ‘시동’

  • Array
  • 입력 2010년 11월 5일 03시 00분


감사원, 조직위-카보의 건설비 증액 등 조사

감사원이 지난달 22∼24일 전남 영암에서 열린 포뮬러원(F1) 코리아그랑프리에 대해 감사에 착수했다. 올해 처음 열린 F1대회는 경주장 건설이 지연되고 공사비가 늘어나는 등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감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4일 F1대회조직위원회와 전남도에 따르면 최근 감사원이 조직위로부터 전남 영암군 삼호읍 F1 경주장 건설 현황과 사업비 집행 내용 등 관련 서류를 제출받았다. 전남도에도 대회 운영 법인인 카보(KAVO)와의 지분구조와 투자사 지분 현황, 운영 및 자금집행 구조, 국비와 도비 지급 현황 등에 관한 자료를 요청했다. 경주장 건설비 증액 원인과 규모, 공정 지연 등 문제점과 조직위원회가 대회 기간 빈 좌석을 채우기 위해 뿌렸던 자유이용권에 대해서도 감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도 관계자는 “감사원이 요청한 자료를 제출하고 있다”며 “대부분 자료가 카보와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2016년까지 매년 한국에서 열리는 F1 대회는 카보가 주관하고 있다. 카보는 대회 개최를 위해 전남도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2006년 만든 운영법인이다. 출자 지분은 전남도가 28.83%, SK건설 24.67%, 전남개발공사 15%, 엠브릿지홀딩스(MBH) 17%, 신한은행 6.67%, 농협중앙회 6.67%, 광주은행 1.16% 등이다. F1 대회 개최권을 따낸 MBH는 현재 카보 대표를 맡고 있는 정영조 씨가 만든 회사다.

F1 경주장은 공사 지연과 공정 추가 등으로 건설비용이 당초 계획했던 3400억 원보다 600억 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 시행은 카보, 시공은 SK건설이 각각 맡았다. 경주장 건설을 위해 전남도는 지방채 880억 원을 발행해 지원했다. 국비도 대회지원법에 따라 528억 원이 책정됐다.

경주장은 대회 직전까지도 총 11만2000석 중 가설 스탠드(9만6000석)가 완공되지 않았다. 카보가 조립 공정이 국내산에 비해 까다로운 중국산 자재를 고집한 데다 7월에야 뒤늦게 중국 측 2개 회사에 발주하는 바람에 공사가 늦어졌다. 대회가 끝난 뒤 가설 스탠드는 준공 검사를 받지 않은 불법 건축물로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이에 따라 전남도청 공무원노조는 지난달 27일 “F1대회가 시행사(카보)의 무능으로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며 “F1대회 진행과 관련한 대행 및 각종 용역 등을 포함해 행사 전반에 관해 철저한 감사를 실시하고 예산 집행 내용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대회조직위원장을 맡은 박준영 전남지사도 “조직을 재정비하고 잘못된 부분은 과감하게 도려내겠다”며 대회 운영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본보는 이번 감사에 대한 카보 측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무안=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