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T골프장은 지난달 15일 제주지법에 ‘법인 회생’ 신청을 했다. 법원이 채권 채무 관계를 정리해 회사를 정상 운영하도록 해달라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다. 제주에서 골프장이 법인회생을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골프장 관계자는 “제주에 골프장이 많이 생기면서 회원권 가격이 떨어져 입회금을 돌려달라는 회원이 많았다”며 “입회금을 100억 원가량 돌려줬지만 계속 밀려드는 반환 요청을 감당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골프장업계에서 ‘연쇄도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10년간 골프장이 많이 들어선 제주지역은 회원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입회금 반환을 요구하는 회원이 많아 조만간 도산하는 골프장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T골프장은 2005년 개장 당시 회원 입회금이 1억1700만 원 수준이지만 현재 시세는 7000만 원에 불과하다. 비슷한 시기에 개장한 다른 골프장도 입회금에 비해 시세가 30%가량 낮다.
○ 입회금 반환요청 홍수
입회금 반환요청을 받은 골프장들은 회원들에게 ‘기다려 달라’는 말만 할 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제주시에 사는 이모 씨(51·자영업)는 최근 제주시 R, J골프장을 상대로 입회금 반환소송을 냈다. 이 씨는 “입회금을 돌려달라는 요청에 골프장 측이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대응해 결국 소송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입회금 반환 문제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골프장 증가와 시세 하락 등으로 투자가치가 떨어지면서 골프회원권은 매력을 잃었다. 제주시 J골프장 창립회원인 정모 씨(46·의사)는 “주중할인, 조조할인, 단체할인 등이 성행하면서 회원권 보유가 가치를 상실했다”며 “접대 등 비즈니스를 위한 일이 아니라면 회원권이 필요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골프장과 회원 간 계약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입회금 반환 기간은 5년. 제주지역 28개 골프장 가운데 2004∼2006년 11곳이 문을 열었다. 2005년 개장한 골프장을 기준으로 할 경우 올해 입회금 반환 예정 금액은 4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골프협회 관계자는 “입회금 반환 요청이 다른 골프장에 영향을 미칠 경우 연쇄 도산에 따른 대량 실업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 골프장 변신의 기로
대다수 골프장이 입회금 반환 불능에 빠진 이유는 골프장을 건설할 때 입회금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조성한 자금을 땅값, 공사대금 등으로 모두 지불해 반환 자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최근 개장한 골프장 관계자는 “회원권 분양 없이 골프장을 운영한 결과 충분히 흑자영업이 가능했다”며 “입회금으로 건설자금을 대부분 충당하면 쪽박을 차기 십상”이라고 귀띔했다.
골프장의 도산 위기는 제주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는 올해 입회금 반환청구가 예정된 국내 골프장은 21곳으로 규모가 1조44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입회금 반환규모가 39곳 2조931억 원에 이르러 골프장 입회금 반환소송과 부도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서 소장은 “경제위기와 회원권 거품이 빠지면서 일본의 2000여 곳 골프장 가운데 800여 곳이 도산한 전례가 있다”며 “입회금 제도를 주주회원제로 전환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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