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Census 인구주택총조사]<4>‘다문화도시’ 경기 안산 외국인조사 두 표정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9일 03시 00분


“불법체류 단속왔나”… “진짜 한국인 된 느낌”

7일 오후 경기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거리광장에서 이인실 통계청장(왼쪽)이 인구주택총조사 소개 팸플릿을 건네며 조사 권유를 독려하고
 있다. 15일까지 방문조사로 진행되는 인구주택총조사는 외국인을 포함해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사진 제공 
통계청
7일 오후 경기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거리광장에서 이인실 통계청장(왼쪽)이 인구주택총조사 소개 팸플릿을 건네며 조사 권유를 독려하고 있다. 15일까지 방문조사로 진행되는 인구주택총조사는 외국인을 포함해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사진 제공 통계청
‘2010 인구주택총조사(센서스)’(10월 22일∼11월 15일)의 특징은 다문화가정과 외국인에 대한 현황 파악을 자세히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이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지난달 18일 대국민 담화문에서 이같이 밝히고 “다문화가정과 외국인을 배려해 9개 언어로 된 조사표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센서스의 총지휘관인 이인실 통계청장이 일요일인 7일 경기 안산시 일대를 하루 종일 누빈 것도 한국 사회의 주요 인구 축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외국인들의 센서스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였다. 안산시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4만3190명으로 전국 230개 시군구 중 서울 영등포구(4만4281명) 다음으로 많다. 6월 말 기준 한국 거주 외국인은 113만 명에 이른다.

이 청장은 이날 오전 안산시청의 인구주택총조사 상황실을 방문해 센서스 현황을 보고받은 뒤 낮 12시경 인근 식당에서 안산시 소속 외국인 방문조사원들과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생활 6년째라는 베트남 출신 레벳 테이 씨(26·여)는 “조사 대상 외국인들이 대부분 낮에 일하고 밤늦게 들어오는 건설 노동자들이어서 만나기가 어렵다.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10가구도 못 채우는 때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어 강사 출신인 중국동포 최화 씨(44·여)는 “저녁에 조사하러 갈 때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두 명 이상이 한 조가 돼 함께 다니는데 조사를 받는 쪽에서는 불법 체류자 단속인 줄 알고 아예 문을 안 열어준다”고 하소연했다.

이 청장은 이들의 노고를 격려한 뒤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한 식당을 방문했다. 식당 종업원 중 아직 인구주택총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방글라데시 출신 카림 씨(28)가 이 청장, 레벳 테이 씨의 도움을 받아 즉석에서 센서스에 참여했다. 10분 만에 조사를 마친 카림 씨는 “생각보다 쉽다”며 “방글라데시에선 이런 조사를 받아본 적이 없는데 한국인의 일원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 식당에서 식사 중이던 방글라데시 출신 나빗 씨(43)는 “외국인이 많이 일하는 공단 게시판에 홍보하면 효과가 클 것 같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오후 2시 반 이 청장은 안산시 외국인 주민센터를 찾았다. 건물 3층에서는 네팔 근로자 30여 명이 친목 모임을 하고 있었다. 이 청장이 “안녕하세요. 저는 통계청장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했지만 네팔인들은 ‘청장’이란 말뜻을 모르는 듯 고개만 갸웃거렸다. 보다 못한 비서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보디랭귀지’를 동원하자 그제서야 끄덕였다. “인구주택총조사에 참여한 분은 손을 들어 달라”는 이 청장의 요청에 한 명만 손을 들었다.

안산시의 인구센서스 담당자는 “안산시 등록 외국인은 4만 명 정도지만 비등록 외국인까지 합하면 실제로는 6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하지만 정식 통계로 잡히지 않아 외국인 복지예산을 짤 때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 청장은 “그런 숨어 있는 외국인을 최대한 찾아내 한국 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 자리매김하려고 이렇게 힘들게 센서스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산=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