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명품학교'로 불리는 서울지역 사립 초등학교 중 상당수가 정원 초과, 기부금 요구, 발전기금 횡령 등 온갖 편법과 부정을 저질러온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서울시교육청의 특별감사 발표에서 드러난 사립 초교 부정입학 실태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조사 대상 38개교 중 학생 선발과 발전기금 관리 과정에서 규정을 위반하지 않은 학교는 단 3곳에 불과했다.
13개 초교가 최근 6년간 총 713명을 정원외로 선발했다. 무려 260명을 정원외로 뽑은 학교도 있었다.
특히 한 학교에서는 신입생 등록포기, 전학 등으로 결원이 생기면 예비 입학자나 전입학 대상자 학부모에게 기부금을 내도록 해 175명으로부터 최대 3000만원씩 19억여 원의 발전기금을 조성했다.
예비 신입생 학부모에게서 사전에 700만원의 발전기금을 받고 나서 막상 입학이 취소되자 돈을 되돌려준 사례도 있었다.
학부모가 낸 발전기금을 횡령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 초교 교장은 별도 계좌를 만들어 지난 6년간 학부모 기부금, 동창회 지원비 등으로 1억7500만원을 받아 관리해오다 이중 1억5300만원을 업무추진비 등으로, 650여만 원은 아예 개인용도로 써버렸다.
또 다른 학교에서도 같은 기간 학부모 161명한테서 총 7억여 원의 기부금을 받아 교장 명의 통장으로 관리해오다 법인전입금으로 돌려 사용하기도 했다.
이밖에 입학을 포기한 신입생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충원할지 공개하지 않는 등 학생 전형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학교가 14곳, 입학 서류를 파기하는 등 공공기록물을 부적절하게 관리한 학교도 11곳이나 됐다.
대다수 사립 초교의 비정상적인 운영은 학교의 기금 욕심과 학부모의 입학 욕망이 빚은 합작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적발된 학교들은 `해외로 조기유학을 떠나는 고학년 학생이 많아 학교 경영이 어려워지자 학생을 추가 선발할 수밖에 없었다' `등록금으로는 학교 운영비를 충당하기 어려웠다'고 항변했지만 시교육청은 "학생과 학부모를 기만했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내 자식에게만은 명품교육을 시키겠다는 욕심에서 수천만 원의 기부금을 내라는 학교의 무리한 요구마저 기꺼이 수용한 학부모가 적지 않았던 점도 이번 부정입학 사태를 야기한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2011학년도 신입생 원서 접수를 마감한 서울지역 39개 사립 초교의 평균 입학 경쟁률은 2.5대 1에 달해 인기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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