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상징인 ‘사랑의 온도탑’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사랑의 온도탑이 최근 드러난 착복 비리에 연루됨에 따라 설치하지 않거나 다른 모금 상징물로 교체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일단 모금회 지회는 사랑의 온도탑을 설치하지 않기로 했고 서울 중앙회는 논의 중이다.
모금회는 11년째 모금 목표를 정하고 매년 12월과 이듬해 1월 두 달간 16개 시도 지역 모금회 등에서 모은 이웃돕기 성금 액수를 온도로 표시해 왔다. 하지만 모금회 인천지회는 2006년 제작한 ‘사랑의 온도탑’을 해마다 재활용했으면서도 2007년부터 매년 1000만 원 안팎의 제작비를 쓴 것처럼 계약서를 작성했다가 최근 적발됐다.
진수희 복지부 장관은 9일 국무회의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대한 집중 감사를 벌여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개선책을 마련해 이달 안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기부금 전달 모든 과정 인터넷 공개 ▼
복지부와 모금회는 인터넷을 통해 기부금의 사용처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한편 감사원 국회 시민의 모금 명세 감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개선책을 마련 중이다.
우선 개인 기부자가 자신의 성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있는 피드백 시스템을 마련한다. 지금까지 기부자에게 영수증만 발급했으나 인터넷을 통해 성금이 최종적으로 전달될 때까지 전 과정을 볼 수 있도록 한다.
또 감시의 눈도 늘린다. 박을종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은 “2년에 한 번씩 받는 복지부 감사 외에 정기적으로 감사원 감사를 받고 모금, 배분, 예·결산 명세를 담은 연간 보고서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 안에 일반 시민들로 구성한 ‘국민참여청렴위원회’를 설치해 시민들이 직접 모금과 배분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주요 사업에 대한 보고를 받는다. 모금회 이사회에 복지부 차관 혹은 실장급 공무원이 참여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은 모금회의 독립성을 위해 이사의 자격에 공무원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번에 비리가 많이 적발된 16개 시도 지회도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통폐합할 예정이다. 중앙회와 지회의 인사 교류를 확대하고 회계 부서의 경우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해 토착 비리를 뿌리 뽑기로 했다.
모금회는 이번 성금 유용 비리를 계기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내부 감사에서 드러난 이번 성금 유용 비리로 인해 나눔 문화 자체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모금회의 10월 모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억 원 감소했다. 또 지회마다 하루에도 수십 명씩 소액기부를 철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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