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경기 평택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경기도 공동주택 품질검수단이 현장 관계자들과 함께 단지 곳곳을 돌며 공사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 경기도
2일 오후 경기 평택시 용이동 용이택지개발지구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다음 달 입주를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현장에 양복 차림의 남성 5명이 찾았다. 현장 관계자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이들을 맞았다. 바로 경기도 공동주택 품질검수단 소속 건축전문가들이다. 입주 직전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이 이들의 임무다. 이날도 현장 곳곳에서 품질검수단의 예리한 눈빛이 번뜩였다.
“옥상 난간 틈이 기준보다 넓게 됐네요. 자칫 어린아이의 머리가 끼일 수도 있습니다.” “주차장 내 보행자 동선을 보강해야 할 것 같네요. 사고 가능성이 있습니다.” 품질검수단의 지적이 나올 때마다 현장 관계자들은 열심히 기록하고 사진을 찍었다. 이날 검수는 4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품질검수단 소속인 최용화 한국건설안전기술협회 경인본부장(54)은 “입주예정자는 더 좋은 집을 받고 건설업체는 거액의 분쟁비용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모두에 이익이 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 아파트 건설현장의 ‘암행어사’
건설업체 임원이었던 최 본부장이 경기도 공동주택 품질검수단에 참여한 것은 2007년 1월. 경기도 주택정책에 대한 자문활동을 하던 그에게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검수단 활동을 제안한 것이다. 평소 국내 감리제도의 문제점을 안타까워하던 최 본부장은 건축사, 기술사 등 다른 전문가 8명과 함께 품질검수단을 꾸렸다. 9명으로 시작된 품질검수단은 2기 때 88명으로 늘었다. 이달 초 발족한 3기에는 116명이 참여했다. 건축과 시공, 설비, 안전, 조경 등 각 분야의 기술사급, 박사급 전문가들로 이뤄졌다.
올 9월 말까지 372개 단지, 19만9595채를 대상으로 검수가 이뤄졌다. 설계, 골조 등 기초 분야보다는 도배나 가구, 주차 등 생활 편의 및 안전 분야가 검수 대상이다. 나사못이 빠져 있는 장식장, 틈이 벌어진 발코니 창호 등 작은 문제까지 품질검수단은 빼놓지 않는다. 지금까지 1만5000건이 넘는 문제점을 확인했다. 90%가 넘는 1만4000여 건이 개선됐다. 현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가려운 곳을 대신 긁어주고 불필요한 다툼을 예방한다는 점에서 입주자와 건설업체 모두의 환영을 받고 있다.
경기도가 217개 아파트단지의 입주자와 시공사 및 감리업체 관계자 16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품질검수단 활동에 만족감을 나타낸 응답이 87%(1443명)에 이르렀다. 최 본부장은 “입주자가 가장 먼저 접하는 부분을 중심으로 품질검수를 한다”며 “입주자가 감사와 지지를 보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내년부터 공사 중 검수 추진
경기도가 처음으로 도입한 품질검수단은 전북 전주시 등 4개 지방자치단체로 확대됐다. 충남도 등은 내년부터 시행하려고 준비 중이다. 품질검수단의 활동 내용은 매년 책자로 발간돼 관련 기관 및 건설업체의 필독서가 됐다.
경기도는 내년부터 품질검수단 활동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우선 공사 중인 아파트에 대해서도 품질검수단이 현장을 확인하도록 할 계획이다. 해당 기초자치단체가 원할 경우 합동으로 검수활동을 벌여 입주 때 지적되는 문제점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자체적으로 사용검사 권한을 갖고 있는 공공건설 아파트에 대해서도 품질검수를 공동으로 벌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검수 과정에서 중대한 하자가 우려될 경우 소방재난본부 등의 협조를 받아 구조적 안전진단까지 시행하기로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품질검수단 활동이 아파트 전반의 품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3기에는 인력 풀(Pool)을 강화해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품질검수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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