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하지 않은 법개정으로 수차례 강간살인이나 강간상해를 저지른 범죄자의 형량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은 강도상해죄로 복역하고 출소한지 9년 만에 강간상해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이모 씨(38)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1, 2심 재판부는 이씨가 특정강력범죄로 처벌된 뒤 10년 이내 재범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없다는 특정강력범죄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을 적용해 실형을 선고했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법 개정으로 단순강간상해죄는 특정강력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집행유예를 배제한 원심을 파기한 것이다.
실제로 특강법은 강간으로 상해를 입히거나 목숨을 빼앗은 강간치상ㆍ치사인 경우 무조건 특정강력범죄로 분류해 3년 내 재범하면 형량을 두 배로 가중하고, 10년 내 재범하면 집행유예를 배제하던 종전과 달리, 흉기를 들거나 집단으로 범행한 경우만 특정강력범죄로 분류하게 지난 3월 개정됐다.
그런데 특강법 개정을 주도한 법제처와 법무부는 이 같은 결과를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한다.
법무부는 법 개정 당시 어려운 용어를 쉬운 말로 풀어쓰고 복잡한 문장을 간결하게 다듬기 위해 '기타→그 밖에', '2인→2명'으로 고쳤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검토보고서나 심사보고서에도 모두 법 문안만 다듬는 것이라고 설명했을 뿐 강간치사상죄의 적용범위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내용은 없었다.
문제는 핵심구절에 손을 댄데 있었다. 개정 이전 특강법 제2조는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하여 범한 강간, 강제추행, 준강간ㆍ준강제추행, 미수범, 미성년자 간음ㆍ추행'의 죄 및 강간치사상을 법 적용 대상으로 규정했다.
이는 강간치상ㆍ치사는 흉기 휴대나 2명 이상 함께 범죄를 저지른 것과 관계없이 특강법 적용 대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개정 과정에서 '의 죄 및' 이라는 자구가 빠지면서 강간치상ㆍ치사 역시 흉기 소지나 2인 이상이 저지른 경우에만 특강법으로 처벌받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흉기를 쓰지 않고 혼자서 강간치사상죄를 저지른 김씨와 같은 경우는 특강법 적용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국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해 한나라당 이한성 의원 등 국회의원 11명은 지난달 22일 "특강법 개정취지와 달리 강간치사상 등에 축소 적용되는 문제가 발생하므로 원래대로 환원할 필요가 있다"며 다시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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