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 반군이 암살한 금광채굴업자의 비자금 600만 달러(약 67억6000만 원)를 모두 넘겨드리겠습니다.” 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 카페에서 라이베리아인 C 씨(30)와 G 씨(34)가 한국인 H 씨에게 속삭였다. H 씨는 전직 싱가포르 주재 한국대사를 지낸 외교관이다. “통관 절차를 피하려고 주한 가나대사관을 통해 검은색 특수 페인트를 입힌 ‘블랙머니’를 박스째로 들여왔습니다. 돈을 다시 넘겨받으려면 수수료가 필요합니다.” 이들의 말에 넘어간 H 씨는 수수료 명목으로 4500달러(약 500만 원)를 줬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전직 외교관을 속이고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C 씨를 구속하고 G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지난달 초 입국한 C 씨 등은 가나에 있는 또 다른 라이베리아인 A 씨의 지시를 받고 H 씨에게 사기를 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이달 4일 H 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가나 변호사인데 친분이 있는 전직 싱가포르 주재 가나대사로부터 소개받았다”며 “비자금을 블랙머니 형태로 한국 가나대사관에 맡겨놨으니 찾아서 보관해 달라”고 말했다. C 씨 등은 H 씨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직접 블랙머니를 100달러 지폐로 만드는 약품처리 시연을 하기도 했다. H 씨는 다시 약품처리 시험을 해본 결과 대부분의 돈다발이 가짜인 것을 알아채고서 경찰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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