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가까워지면 제자들을 위한 응원을 준비하는 고3 교사들의 움직임도 덩달아 분주해진다. 전북 군산제일고 소명섭 교사는 학생들의 소망 메시지를 적은 종이를 등에 달고 마라톤 풀코스를 뛰곤 한다.
《12일 경기 안양시 성문고등학교 3학년 8반 교실에선 ‘수험생 응원 영상제’가 열렸다. 이 학급 이규철 담임교사가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6일 앞둔 자신의 반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소규모 이벤트. 반 학생들은 원형으로 둘러앉아 이 교사가 준비한 떡볶이와 김밥을 먹으며 손수제작물(UCC) 감상을 시작했다.
교실 앞 스크린에선 반 학생들의 지난 1년 모습, 이미 수능을 치르고 대학생이 된 선배들의 응원 메시지가 펼쳐졌다. 수능 시험장에 들어서는 선배들의 긴장된 모습, 당시 심정을 담은 인터뷰 장면도 이어졌다. 약 1시간 분량의 이 손수제작물을 제작한 사람은? 바로 이 교사다.
그는 이 동영상을 찍기 위해 2년여에 걸쳐 수능일이면 오전 5시 반부터 시험장 앞에 나가 캠코더를 들고 기다렸다. 그날 시험을 보는 학생들을 응원하는 의미뿐 아니라 앞으로 시험을 볼 제자들까지 배려하는 이 교사의 마음도 영상에 담겨있다. 편집도 도맡았다. 그는 “단순히 ‘열심히 하라’는 응원과 격려의 말뿐 아니라 학생들이 수능 시험장의 분위기를 미리 느낄 수 있게끔 하는 실질적인 도움도 주고 싶어 UCC를 활용한 응원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결전의 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수능은 단 한 번의 시험으로 그동안의 노력을 평가받는 날. 고3들은 수능 당일만은 자기 실력과 운이 200% 발휘되길 간절히 바란다. 이는 고교생활 마지막 1년을 함께한 고3 담임교사도 마찬가지. 자신이 수능을 치르는 마음으로 제자들의 건투를 응원하는데…. 수능이 다가오면 수험생 제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분주해지는 고3 교사들. 그들의 응원전을 세가지 유형으로 나눠 소개한다.
[01] 감동형
편지나 엿, 찹쌀떡 등 선물 공세로 감동과 함께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전통적 유형이다. 과자나 분식, 피자 등을 반 전체에 ‘쏘면서’(‘산다’는 뜻의 속어) 작은 파티를 열어 주기도 한다. 교사의 개인기를 적극 활용해 ‘업그레이드’된 이벤트를 여는 경우도 있다. 앞서 손수제작물을 활용한 이 교사의 영상제가 대표적인 사례.
평소 학생들에 대한 세심한 관심으로 감동 이벤트를 선사하는 교사도 있다. 경기 안산시 초지고 3학년 17반 강정훈 담임교사는 11일부터 반 학생들을 위한 이벤트 준비에 돌입했다.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응원의 편지를 쓰기로 한 것. ‘수능 대박’ ‘실수하지 말고 차분히 잘 치러라’ 같은 평범한 내용으로 편지를 채우기 싫었던 강 교사는 편지 하나를 쓸 때마다 1년간 그 학생과 나눈 이야기를 곰곰이 떠올렸다.
‘○○야, 온라인 게임에 푹 빠져있던 네가 학기 초 방에서 컴퓨터를 치웠다는 얘기를 듣고 얼마나 대견했는지 모른다. 한 해 동안 컴퓨터 하고 싶은 마음 참느라 수고 많았다. 너의 노력이 내일 시험을 통해서 즐거운 결실을 맺기를 바라. 기도할게….’
44명에게 편지를 쓰려니 쉬는 시간이나 저녁 시간 틈틈이 써야 했다. 학생들이 기뻐할 표정을 상상하며 색지와 색연필로 직접 편지지를 꾸몄다. 쿠키와 초콜릿도 반 학생 수에 맞춰 구입했다. 선물과 편지는 수능 수험표와 함께 전달할 계획이다.
강 교사는 “길게는 초중고 12년 동안 너무나 수고가 많았던 자식 같은 아이들에게 가슴을 울릴 만한 선물을 해주고 싶어 직접 편지를 썼다”며 웃었다.
[02] 참여형
어떤 교사는 어려운 상황을 설정하고 극복하며 수험생들의 고난을 함께하기도 한다.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직접 기출문제를 풀며 수험생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는 경우가 대표적. 심지어 ‘수능 당일 직전까지 학생들과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교실에 텐트를 치고 밤을 지새우는 ‘열혈 교사’도 있다.
전북 군산시 군산제일고 소명섭 교사는 수능을 앞두고 거의 매년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평소 운동을 싫어하는 소 교사가 ‘(나처럼) 힘든 과정을 극복하고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하라’는 메시지를 몸소 전달하려고 마련한 응원전이다. 그는 학생들 사진을 A4용지에 프린트해 붙였다. 사진 옆에는 학생들에게 각자 원하는 수능 점수, 소망 등을 적은 메시지를 쓰게 했다. 이렇게 만든 ‘응원 피켓’을 등 위의 번호표 대신 붙이고 42.195km의 풀코스를 뛰는 것.
소 교사는 “마라톤을 하다 보면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면서 “완주를 목표로 그 순간을 꾹 참고 견뎌내는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며 마지막 시험날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격려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런 소 교사의 마음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다음은 이 학교 3학년 김성열 군(18)의 말이다. “학생들과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선생님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수능을 준비하며 긴장되고 부담되는 마음에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마라톤을 하는 선생님처럼 나도 반드시 극복하고 성공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어요.”
[03] 이벤트형
재미있는 이벤트로 학생들의 긴장과 불안감을 풀어주는 유형이다. ‘수능 만점’이라고 쓰인 ‘미리 보는 수능 성적표’나 ‘100% 대학 합격 부적’ 같은 엉뚱하면서 흥미로운 선물을 만들어 주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서울의 한 고교 3학년 담임교사들 15명은 6일 강화도 마니산 근처 후포항에 모여 ‘합격 기원제’를 열었다. 교사들은 사전에 각 반 학생들에게 수능과 관련한 소망이 담긴 메시지를 받았다. 이 종이들을 모아 교사들이 작성한 응원 기원문과 함께 불태우는 의식이 거행됐다. 다같이 구호도 외쳤다. “왔노라! 싸웠노라! 이겼노라! 최선을 다했노라!”
다음은 수년째 기원제를 진행하고 있는 이모 교사의 설명.
“학생들은 저마다 그동안 충분히 노력을 해 왔어요. 이젠 모든 것은 하늘에 달렸다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심정이죠. 조금 엉뚱해 보이지만, 학생들이 마지막 마킹을 마치고 나오는 그 순간까지 하늘이 돕기를 간절히 바라는 저희들의 진심만큼은 진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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