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탈북자)이 2만 명을 돌파했다. 통일부는 15일 “국내 입국 북한이탈주민이 11일을 기해 2만 명을 넘어섰고, 현재 약 2만50명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2만 번째로 입국한 탈북자는 북한 양강도 출신 김모 씨(41·여)로 지난해 먼저 국내에 들어온 모친의 권유로 두 아들과 함께 탈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입국 탈북자는 1999년 1000명을 넘어섰고, 2007년 1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3년 만에 2만 명을 기록하게 됐다.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인 2927명의 탈북자가 입국했다. 1주일에 평균 56명가량 들어온 셈이다. 올해 들어서는 15일까지 2066명이 입국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전국 곳곳에 흩어져 사는 탈북자 2만 명을 이제 친근한 이웃으로 받아들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입국한 탈북자들을 분석해 보면 성별로는 여성(68%), 연령별로는 30대(33%), 직업별로는 무직(49%), 학력별로는 남한의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합친 과정인 고등중학교 졸업(70%), 지역별로는 함경도 출신(77%)이 가장 많았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15일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인 서울 중구 남산동 ‘여명학교’를 찾아 청소년들을 격려하면서 “정부와 국민 모두가 한마음이 돼 대한민국의 품에 들어온 탈북자 2만여 명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탈북자들에게 1인 가구 기준으로 기본금 600만 원과 직업훈련, 자격증 취득, 취업 장려금 등을 합쳐 최대 2440만 원의 장려금, 주거지원금 1300만 원 등 금전적 지원을 하고 있다. 또 중고교 및 국립대 등록금 면제(사립대는 50% 보조), 의료지원 확대, 탈북자 취업 알선 등을 통해 탈북자들을 돕고 있다. 하지만 탈북자들은 여전히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탈북자의 고용률(생산가능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은 41.9%로 남한 전체 평균 59.3%보다 17.4%포인트 낮다. 정부는 사회적 편견, 탈북자의 취업 의지 부족 등을 탈북자 취업난의 주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취업과 창업, 봉사활동으로 남한 사회에 뿌리를 내린 탈북자도 적지 않다.
서울 중구 남산동에는 21∼30세의 탈북자 바리스타 4명이 사회복지법인 열매나눔재단의 도움을 받아 4월부터 카페 ‘블리스&블레스’를 운영하고 있다. 바리스타 A 씨(21·여)는 “언젠가는 어엿한 카페 사장이 되는 것이 꿈”이라며 “자기만 열심히 하면 어디서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으니 꿈을 잃지 말라”고 탈북 청소년들에게 당부했다.
2000년 탈북한 김창신 씨(49)는 대형마트에서 쓰레기 수거 등으로 생계를 꾸리면서 350여 명의 탈북자 회원이 가입한 자원봉사단체 ‘둥지’를 운영하고 있다. 둥지 회원들은 2007년 12월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일어나자 현지로 2차례 내려가 기름수거 활동을 했고 달동네 연탄 나르기, 장애인을 위한 김장하기 등 틈나는 대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김 씨는 “회원 대부분이 살림이 넉넉하지 않지만 북에서 매일 끼니 걱정을 했던 것에 비하면 사정이 훨씬 낫다”며 “돈도, 기술도 없지만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더 어려운 분들을 돕는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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