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탈북자) 정착 지원시설 하나원에서 3년째 정신과 진료를 하고 있는 공중보건의 전진용 씨(34·사진)는 처음 만나는 환자에게 일부러 북한 말을 섞어 쓴다. 낯선 남한 땅에 와 미래를 걱정하는 탈북자들은 고향 말을 쓰는 전 씨에게 “선생님, 우리말을 어찌 그리 잘하시나요. 여기서 의사질(의사 생활) 많이 하셨군요”라며 닫혔던 마음을 연다고 한다.
전 씨는 “분단 65년 동안 남북한의 언어에도 차이가 커졌기 때문에 탈북자와 대화할 때는 자세하게 설명하고 잘 이해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오해가 없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남한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해도 자존심 때문에 확인하거나 되묻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적극적이고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위장병 환자에게 ‘내시경 검사를 해야 하니 금식하세요. 밥 먹지 마시고 물도 마시면 안 됩니다’라고 설명했는데 내시경 검사를 한 병원에서 ‘환자가 두유를 먹었다’고 불평해 왔어요. 환자에게 물었더니 ‘말하신 대로 밥하고 물은 안 먹었다’고 항변하더군요. ‘금식’이라는 말을 못 알아들은 거죠.”
전 씨는 정신과 의사로는 처음으로 2008년 4월 하나원 내 하나의원에 부임해 현재까지 탈북자 4000여 명을 치료했다. 그는 탈북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이들과 소통을 잘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사회주의 및 독재 체제를 거쳤고 1990년에는 수백만 명이 죽는 극심한 경제난이 있었다는 정도의 지식은 갖고 탈북자들을 대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탈북자들의 독특한 행동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탈북자들이 피부 상처에 치약이나 된장을 바르는 습성은 의료시설이 열악한 북측에서 몸에 밴 생활이다. 공짜로 나눠 주는 물건은 한 번에 많이 챙기려 하고 가끔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인색한 것은 경제난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전 씨는 “하지만 ‘탈북자는 다 그렇다’는 과도한 일반화와 고정관념, 지나친 동정이나 관심 등은 그들의 정착을 더 어렵게 만든다”며 “이웃으로 자연스럽게 대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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