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8개월 동안 가슴에 한으로 남았던 상처를 털어낼 수 있게 됐지만 왠지 더 슬퍼집니다.”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평택지역 조직폭력단을 적발해 범죄 사실을 브리핑하던 16일 경기청 기자실에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의 한 시민단체 대표가 함께 자리했다.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이은우 대표(44). 그는 기자들 앞에서 2006년 3월에 경험한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당시 이 대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모 기초단체장 후보에 대한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한 고교동창이 부른 자리에 나갔더니 얼마 전 자신의 단체 후원회에 얼굴을 내민 또 다른 친구도 함께 있었다. 평소 건달인 줄 알고 있었지만 손을 씻고 사업을 하고 있다기에 이 씨는 믿었다. 1차를 한 뒤 분위기를 깰 수 없어 룸살롱으로 2차를 따라갔다. 그런데 그날 이후 술집에서 나오는 장면이 찍힌 사진이 인터넷에 오르고 지역사회에서는 ‘조폭과 어울리는 시민운동가, 술집여성과 놀아난 시민운동가’로 매도됐다. 이 대표는 시민단체 활동을 접어야 했다. 이 대표는 “대학 졸업 후 20년 가까이 시민운동의 열정으로 살았던 삶이 송두리째 뽑혀 나갔고, 자책감 때문에 한동안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평택지역 3개 폭력조직을 통합해 각종 이권에 개입해온 평택 ‘신전국구파’ 일당 121명을 적발해 두목 전모 씨(51·복역 중) 등 15명을 구속하고 조직원 10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에게 접근해 룸살롱에서 술판을 벌인 고교동창은 신전국구파 부두목인 전모 씨(44)였다. 사진 촬영과 인터넷 유포는 또 다른 부두목 이모 씨(46) 등이 주도했다.
또 경찰은 이들이 2006년 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모두 50여 차례에 걸쳐 이권에 개입하고 불법 채권추심, 갈취 등을 해왔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두목 전 씨는 1985년부터 살인죄 등으로 현재까지 24년 10개월간 교도소에 장기복역하면서 대포폰을 사용하고 세 차례에 걸쳐 휴가를 나오는 방법으로 평택지역 청하위생파, 안중파, 전국구파를 통합한 뒤 계파별로 부두목을 두고 조직을 관리해왔다”고 설명했다. 또 교도관을 회유해서 구내전화와 대포폰을 이용해 조직원들과 수시로 통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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