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9시경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3공장. 아반떼MD를 생산하는 이 공장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조 소속 조합원 130여 명은 집행부가 보낸 ‘현재 시간부터 파업 돌입’이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고 일제히 철수하면서 생산라인이 멈췄다.
현대차 울산공장 3공장 주간조의 정규직과 사내 하청업체 근로자는 총 2300여 명이고 이날 5.7%의 비정규직 조합원만 빠졌는데도 생산라인이 중단됐다. 회사가 대체인력을 투입하려 하자 비정규직 노조원들이 생산라인을 점거했다가 철수하면서 오후 1시에야 정상 가동됐다. 싼타페와 베라크루즈, 아반떼HD를 만드는 울산 2공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베르나와 클릭, 신형 엑센트를 생산하는 1공장도 도어 탈부착 공정을 점거하면서 3일째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현대차는 이번 파업으로 차량 4269대를 생산하지 못해 420억 원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노조는 “원청업체인 현대차가 사내 하청업체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까지 파업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대법원이 하청업체 사용주의 독자성과 독립성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하청업체 근로자와 현대차는 근로계약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파업은 현대차 시트사업부 사내 하청업체인 동성기업이 내부 사정으로 폐업하고 사업권을 인계받은 청문기업이 근로계약서 체결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옛 동성기업 직원 59명 가운데 30명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으나 비정규직 조합원 29명은 “비정규직을 인정하는 근로계약서를 쓸 수 없다”며 정규직 요구와 함께 15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정규직화 요구는 올 7월 22일 대법원 판결 때문. 대법원은 현대차 사내 하청업체에서 근무하다 2005년 2월 해고된 최모 씨(34)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최 씨가 컨베이어벨트에서 정규직과 섞여 원청업체의 지시와 통제를 받는 사실 등에 미뤄 현대차로부터 작업 지휘를 받는 파견근로자로 인정된다”며 “파견근로자는 2년이 지난 시점부터 원청업체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게 판결 요지. 근로자 1941명은 이달 초 1941명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근로환경 개선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파업은 불법’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현대차는 이상수 비정규직 노조 지회장 등 45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울산동부경찰서에 고발했다. 또 이 지회장 등 27명을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도 냈다. 현재 현대차 사내 하청업체는 총 124개사에 직원은 8374명이고 이 중 비정규직 노조원은 2039명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