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제식구 비리’ 모르쇠… 盧정부때 해군 수뇌부 6명 수뢰-횡령 확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8일 03시 00분


당시 장관, 비리 사실 보고 받고도 덮어… 軍검찰도 부실수사… 금융거래 자료 없어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 2005년 군 검찰이 해군 참모총장 등 해군 수뇌부를 포함한 장성 6명의 비리 사실을 확인했으나 당시 군 당국은 이를 덮어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는 올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는 김태영 국방장관에게도 보고됐지만 군은 그 후에도 이 문제를 함구했다. 군 내부의 ‘자기 식구 감싸기’ 및 부정적인 내용은 무조건 숨기는 관행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동아일보는 17일 군 검찰이 올 5월 28일자로 작성한 A4 용지 7장 분량의 ‘해군 장성 비위 관련 내사처리 결과 보고서’를 입수했다.

○ 덮어버린 해군 수뇌부 비리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군 검찰은 진급 관련 뇌물수수 등 비위와 관련해 대장 1명, 중장 3명, 소장 1명, 준장 2명 등 모두 7명의 해군장성을 2004, 2005년에 걸쳐 조사했다.

군 검찰은 이 가운데 진급 및 보직 청탁과 함께 수억 원을 건넨 의혹을 받은 A 중장에 대해선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으나 나머지 6명에 대해선 뇌물수수 및 횡령 등의 비위 사실이나 비위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군 검찰은 2005년 12월 21일 이 사건을 일괄 내사종결 처리했다. 관련자들이 이미 전역해서 민간인 신분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관련자들은 대부분 2005년에 전역했다. 군 당국이 이들을 고의적으로 전역시킨 것인지, 전역하기를 기다린 뒤 처분을 내린 것인지 등에 대해서 보고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때 군 검찰은 진급과 관련한 뇌물수수와 횡령 의혹을 받은 당시 B 해군참모총장(대장)의 일부 비위 사실을 확인했다. B 총장이 진급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을 진급추천위원장의 진술을 통해 확보했고, 월드컵 행사 등 상부격려금 4200여만 원 가운데 1200여만 원을 횡령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 같은 내용은 2004년 5월 21일 국방장관에게 보고됐지만 그로부터 8일 뒤 열린 청와대 오찬에서 노 대통령은 B 총장에게 임무 계속 수행을 지시했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과 안보보좌관은 “해군 지휘를 잘하라”고 격려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또 군 검찰은 C 해군참모차장(중장)이 2000년 1함대사령관 재직 당시 부대운영금 700여만 원을 횡령한 사실도 확인했다. 진급 관련 뇌물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특별한 혐의점을 확인하지 못했으나 인사 청탁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장교의 아내로부터 도움을 받아 매입한 부동산의 출처자금이 불명확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D 해군작전사령관(중장)의 경우 해군인사참모부장 재직 시인 2000년 자신의 처형 계좌에 E 2함대사령관(후임 해군인사참모부장·소장)의 아내 명의로 1000만 원이 입금된 뒤 이 돈이 다시 자신의 계좌로 입금된 사실이 밝혀졌다. 또 2001년에는 자신의 계좌에 E 사령관 명의로 2000만 원이 입금됐다. 이에 대해 당시 군 검찰은 “송금 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청탁의 대가라는 사실에 대한 증거가 없다”며 내사 종결했다.

보고서는 “당시 검찰단장 김칠하 해군 대령은 2006년 1월 자신이 전출되기 직전 해군 단기 검찰관을 시켜 같은 날 일괄 내사 종결했다”고 밝혔다.

○ 노골적인 봐주기 의혹


군 검찰은 보고서에서 “(2004, 2005년) 당시 검찰 수사기록에 금융거래명세, 압수수색자료 등 필수적인 자료들이 없거나 이에 대한 분석이 없었다. 일부 비위사실이 있거나 그 정황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위자에 대한 직접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계약 위반 혐의를 무마하는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던 F 장성은 군납업체 관계자의 다이어리에서 청탁사실이 확인돼 계좌추적도 진행된 것으로 추정되나 당시 수사기록에는 이에 대한 금융거래명세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보고서는 “심지어 계좌에 뇌물 관련 금전의 입금 기록이 확인됐음에도 당사자에 대한 조사를 미루다 전역을 이유로 내사 종결한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군납업체 대표 성모 씨는 2명의 장성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사업상 용무를 이유로 2개월간 미국 체류를 요청해 출국금지 조치가 해제됐다. 미국으로 출국한 성 씨는 현재 소재 불명으로 기소중지 상태다. 성 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조사받던 장성들은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내사종결 처리됐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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