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범죄피해 원망 삭혀준 ‘사랑의 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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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9일 03시 00분


충남 홍성 광천전통시장 상인들, 두 자녀 키우는 30대 미망인 초청
“힘들어 자살까지 생각했는데… 좋은 분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충남 홍성군 광천읍 전통시장안에서 대전지검홍성지청과 홍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시장상인회 회원 등이 범죄피해자들에게 전달할 김장을 담그고 있다. 사진 제공 홍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충남 홍성군 광천읍 전통시장안에서 대전지검홍성지청과 홍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시장상인회 회원 등이 범죄피해자들에게 전달할 김장을 담그고 있다. 사진 제공 홍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불의의 사고로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두 자녀를 데리고 사는 게 힘들어 자살까지 할 뻔했어요. 주변에 좋은 분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면요.”

18일 오전 11시경 충남 홍성군 광천읍 전통시장 안. 광천전통시장상인회(회장 구재신)와 사단법인 홍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사장 윤동빈) 회원 200여 명이 마련한 ‘범죄 피해자 지원을 위한 사랑의 김장 담그기’ 행사장에 ‘손님들’이 찾아왔다. 10세, 7세 된 두 자녀를 데리고 나타난 이모 씨(30·여)는 지난달 25일 충남 보령시 신흑동의 한 노래방에서 말다툼 끝에 중국동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강모 씨(33)의 아내. 이 씨는 “사고 뒤 가장 원망스러운 게 범인, 그리고 검찰과 경찰이었다”며 “하지만 절망 속에서 먼저 손을 내민 곳도 검찰과 범죄피해자지원센터였다”고 말했다.

10분쯤 지나자 올해 초 교통사고로 장애자가 된 이남진 씨(50·충남 예산군)가 트럭에 80kg들이 쌀 10포대를 싣고 나타났다. 그는 올해 초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했으나 보상도 못 받아 생활이 어려울 때 지원센터로부터 생계비 2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이 씨는 “이제 가을걷이를 했으니 나보다 어려운 분들에게 골고루 나눠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치마를 두르고 행사에 참석한 김종민 대전지검 홍성지청장은 이들에게 “힘내세요, 항상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위로했다.

광천전통시장상인회는 이날 참석자들에게 국수와 생선찌개를 대접했다. 또 센터가 관할 범죄피해자 43가구에 전달하는 김치에 얹어 광천특산물인 맛김을 선사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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