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번호나 지폐 일련번호를 보면 단순한 숫자의 나열이 아니라 어떤 수학적 규칙이 적용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번호 속에 숨어 있는 수학 원리를 파헤쳐보자.
○ 똑똑한 버스번호
최근 서울역에서 서울대를 가려고 750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750번은 오지 않고 751번, 752번만 여러 차례 지나갔다. 한 정류장에는 왜 이렇게 비슷한 번호의 버스가 많은 걸까?
이유는 서울의 똑똑한 버스번호 체계 때문이다. 서울시는 2004년 서울과 경기 지역을 총 8개 권역으로 나눴다. 중구를 기준으로 서울의 가운데 권역을 0번, 오른쪽 위를 1번으로 해서 시계 방향으로 7번까지 위치에 따라 번호를 매겼다. 이렇게 나눈 권역번호는 버스번호에 그대로 쓰인다. 버스번호의 첫 번째 자리는 출발지의 권역번호를, 두 번째 자리는 도착지의 권역번호를 뜻한다.
750번 버스는 7번 은평구나 서대문구 권역에서 출발해 5번 동작구나 관악구까지 간다는 뜻이다. 마지막 자리의 번호는 비슷한 경로로 움직이는 버스의 일련번호를 나타낸다. 번호가 3자리인 파란 버스보다 짧은 거리를 움직이는 녹색 버스는 번호가 4자리다. 앞의 2자리가 출발지와 도착지를 알리는 방식은 같지만 일련번호를 2자리로 했다. 짧은 거리지만 구석구석 다니는 경우가 많아 버스 노선이 10개 넘게 필요한 지역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정문만 해도 5511, 5513, 5515 등 55로 시작하는 4자리 번호의 버스가 5대나 다닌다.
대구에서는 3자리 버스번호에 출발지와 경유지와 도착지를 모두 나타낸다. 또 410과 410-1처럼 번호가 같아도 ‘-1’이 붙는 노선이 있다면, 하나는 시계방향으로 ‘-1’이 붙은 버스는 반시계방향으로 순환한다는 뜻이다.
○ 소장 가치 있는 지폐
1000원짜리 지폐는 1000원의 가치를 지닌다. 5000원 짜리는 가치가 5000원, 1만 원짜리는 1만 원이라는 사실은 수학을 모르는 사람도 다 안다. 그런데 같은 지폐라도 수천 배 가치가 있는 지폐가 있다. 가치의 비결은 일련번호에 있다.
지난해 6월 한국은행이 5만 원 지폐를 처음으로 발행했다. 일련번호 1∼100번의 지폐는 화폐금융박물관에 바로 전시하고 일부 일련번호가 빠른 지폐는 경매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일련번호가 AA 0000101 A인 5만 원 지폐가 무려 7100만 원에 팔렸다.
우리나라의 지폐에는 알파벳 2자리+숫자 7자리+알파벳 1자리의 일련번호가 있다. 일련번호만 잘 보면 지폐의 새로운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수가 연속으로 나타난 지폐는 ‘솔리드번호’라고 한다. 가운데 숫자가 1111111, 2222222인 경우를 말한다. 100만 장 가운데 단 한 장이기 때문에 가치가 높다. ‘밀리언번호’라고 불리는 1000000, 2000000 등도 마찬가지다.
0123456, 1234567, 2345678 등 번호가 순서대로 나온 ‘스트레이트번호’도 가치가 높다. 1230321처럼 가운데 번호를 기준으로 번호가 대칭을 이루는 ‘레이더번호’나 1230123처럼 번호가 반복되는 ‘리피터번호’도 인기가 있다. 하지만 지폐가 꾸준히 발행되면서 레이더번호나 리피터번호도 수가 많아져 희소성이 많이 떨어졌다. 다만 1000001, 1110111 등 2가지 숫자로 만들어진 번호는 여전히 인기 있다. 최근에는 일련번호가 같은 1000원, 5000원, 1만 원 지폐를 세트로 모으는 사람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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