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연계만 믿다가 낭패” 수능성적 폭락, 패닉상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9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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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튿날인 19일 가채점 결과를 받아든 일선 고교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가채점 결과에 실망한 학생 절반 가까이가 등교하지 않은 학교도 있었다. 이미 수시 모집에 합격한 수험생들만 비교적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입시업체에서 영역별 1등급 구분 점수 추정치(원점수 기준)를 많게는 지난해보다 10점 넘게 낮춰 발표했지만 일선학교에서는 '그 점수도 너무 높다'는 반응이다. '교육방송(EBS) 연계율 70%만 믿다가 낭패를 봤다'는 불만도 적지 않았다.

특히 주로 자연계 학생들이 보는 수리'가'형은 성적이 지난해에 비해 폭락했다. 1등급 구분 추정치를 발표한 입시업체들은 모두 80점 이하로 예측했다. 지난해보다 9점 이상 떨어진 점수다. 언어와 수리'나', 외국어는 2~4점 가량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중하위권은 물론 최상위권 학생들도 점수가 많이 떨어질 전망이다. 메가스터디는 수리'가'와 외국어 영역 만점자가 지난해의 1/3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학생들은 "EBS 연계 문제는 너무 쉽고 나머지 문제는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다.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차원에서 EBS 연계라는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오히려 학생들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한 고교 교사는 "이제 아이들이 문제는 EBS 교재에서 나온다는 걸 알았으니 답을 찾아 사교육 시장으로 더욱 몰리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태인 수능 출제위원장(서울대 교수)은 "의도적으로 시험을 더 어렵게 내려고 한 건 아니었다"며 "연계율을 높이다 보니 오히려 너무 쉬워져 '물 수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컸던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김성열 원장은 "사교육 도움 없이도 시험을 잘 볼 수 있도록 EBS와 교재, 강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수능 성적 폭락으로 고교 입시 지도 교사들은 당장 '발등 위의 불'이 떨어졌다. 보통 수능이 어려우면 재수생들이 강세를 보여 고3생들은 정시 전형에서 그만큼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중상위권 학생들이 하향 지원을 선호하면서 연쇄적으로 원서 접수 혼란도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수능 이후 원서를 받는 올 수시 2차 모집은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할 것으로 입시업체들은 예상했다. 정시에서도 중위권을 중심으로 눈치 보기, 막판 접수 현상이 심해질 전망이다. 입시전문가들은 "어느 때보다 자기 점수에 잘 맞는 맞춤형 지원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조언했다.

황규인 기자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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