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에 빠질 뻔한 5년 전 살인 사건이 썩지 않고 남은 피해자의 두 손 덕분에 해결됐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언쟁을 벌이다 동거녀 김모 씨(당시 49세)를 살해하고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심모 씨(42)를 5년 6개월 만에 검거해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심 씨는 2005년 5월 9일 밤 서울 강동구 천호동 지하 셋방에서 자신의 상습적인 도박을 비난하는 김 씨의 머리를 홧김에 벽돌로 내리쳤다. 쓰러진 김 씨를 그대로 목 졸라 살해한 심 씨는 집에서 쓰던 오리털 이불과 비닐로 시신을 감싼 뒤 검정 케이블로 묶어 다음 날 밤 인근 강일동 야산에 묻었다.
땅속에 묻혀 있던 김 씨의 유골은 5년 만인 올해 10월 20일 산책로 공사 과정에서 발견됐다. 머리와 팔다리 등 신체 대부분이 모두 썩어 뼈만 앙상했지만 놀랍게도 두 손만은 지문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경찰은 “두 손만 미라처럼 남은 이유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손에서 지문을 채취한 경찰은 시신이 5년 전 가출로 신고된 김 씨임을 파악했다. 당시 김 씨와 따로 살던 딸이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걱정하자 심 씨는 “싸운 뒤 집을 나갔다”고 거짓말한 뒤 함께 경찰에 가출 신고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씨가 집에서 흔히 입는 편한 복장 상태로 숨진 점과 사체를 감싸고 있던 오리털 이불이 김 씨가 집에서 쓰던 것과 동일한 것임을 확인하고 심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고 16일 경기 포천시에 숨어 있던 심 씨를 체포해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경찰은 “심 씨가 우발적으로 김 씨를 죽인 뒤 겁이 나 암매장한 것으로 보인다”며 “망자의 한이 맺힌 두 손 덕분에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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