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웠던 수능’ 혼란]입시업체 가채점 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0일 03시 00분


영역별 만점 작년의 30~40%로 ↓ … 표준점수 차이 커져 변수

표정 밝지 못한 수험생들 19일 서울 종로구 필운동 배화여고에서 고3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을 하고 있다. 수능이 지난해보다 어려워져 성적이 크게 떨어진것을 반영하듯 학생들의 얼굴이 밝지 못하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표정 밝지 못한 수험생들 19일 서울 종로구 필운동 배화여고에서 고3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을 하고 있다. 수능이 지난해보다 어려워져 성적이 크게 떨어진것을 반영하듯 학생들의 얼굴이 밝지 못하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이 모두 지난해보다 어렵게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수리 ‘가’는 1등급 구분 점수가 10점 안팎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입시전문가들은 “수학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은 분명하지만 언어 외국어 영역에서 변별력이 생긴 것도 올 대입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 수리 ‘가’ 1등급 원점수 10점↓

입시전문업체 메가스터디가 수험생 10만404명의 가채점 결과를 취합해 19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수리 ‘가’의 1등급 구분 점수는 80점(원점수 기준)으로 지난해 수능(89점)보다 9점 떨어졌다. 수리 ‘나’형도 89점으로 지난해보다 2점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2∼5등급도 수리 ‘가’형이 8, 9점 떨어지고 수리 ‘나’형도 5점 안팎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유웨이중앙교육, 이투스청솔, 진학사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이투스청솔도 수리 ‘가’에서 1등급 이내에 들려면 80점을 받아야 한다고 예상했다. 유웨이중앙교육은 79점, 진학사 예상치는 78점이었다. 지난해보다 원점수를 11점까지 적게 받아도 상위 4%에 속할 만큼 시험이 어려웠다는 뜻이다.

외국어와 언어 영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외국어 영역에서 이투스청솔과 진학사는 91점, 메가스터디는 90점, 유웨이중앙교육은 89점을 받아야 1등급 이내에 포함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학원들은 2, 3등급 구분 점수도 대체로 지난해보다 2점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오종운 이투스·청솔학원 평가연구소장은 “외국어는 2007∼2009학년도 수능까지는 통상 95, 96점을 받으면 1등급에 들 수 있었는데 최근 수능에서는 계속 ‘어려운 외국어’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언어 영역의 1등급은 진학사 92점, 이투스청솔 91점, 메가스터디와 유웨이중앙교육 90점으로 각각 내다봤다. 2∼5등급 커트라인도 지난해보다 4∼6점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이 정도면 하락폭이 큰 것”이라며 “역시 비문학 지문이 까다로웠던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에 탐구영역은 일부 과목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점수대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탐구에서는 정치, 경제지리가 내려간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9개 과목은 전반적으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올라갈 것으로 분석됐다. 입시업체들은 과학탐구에서도 지구과학Ⅰ·Ⅱ는 점수가 내려가겠지만 대부분 45점 이상을 받아야 1등급에 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 표준점수↑ 만점자↓

메가스터디는 올해 수능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도 추정했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원점수로 만점을 받은 학생이 성적표로 받게 될 표준점수다. 메가스터디 이석록 평가연구소장은 “수험생들이 과목 간 난도를 더욱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수능은 쉬운 편이었기 때문에 언어 수리 외국어 세 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이 134∼142점으로 나타났다. 과목 간 차가 크지 않았던 것. 그러나 메가스터디는 올해 수리 ‘가’형 만점자는 표준점수 153점을 받을 걸로 예상했다. 언어영역은 139점, 수리 ‘나’형은 145점, 외국어 영역은 141점이다. 이 소장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수능 변별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자연계열 상위권 학생들은 수리 영역 성적이 정시모집에서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탐구과목의 과목 간 표준점수 차도 여전했다. 메가스터디는 사회탐구에서 정치 과목 표준점수 만점은 79점, 한국근현대사와 세계사는 65점으로 14점 차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과학탐구에서는 지구과학Ⅱ 화학Ⅱ 최고점이 74점, 화학Ⅰ 최고점이 68점으로 6점 차가 날 것으로 예측했다.

시험이 어렵게 나오면서 영역별 만점자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메가스터디는 언어 영역은 지난해 1558명에서 695명으로, 수리 ‘가’형은 463명에서 130명, 수리 ‘나’형은 3875명에서 3563명, 외국어 영역은 4642명에서 1701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 학생들 수시 고민↑

가채점 결과가 대폭 하락하면서 전날 수능을 마친 학생들은 “성적이 잘 안 나와 고민”이라고 입을 모았다. 진학지도 교사들도 “가채점 결과가 6, 9월 모의고사보다 떨어진 학생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대부분 언어와 수리, 외국어 영역 모두가 어려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디선가 본 듯한 내용이기는 한데 문제 유형이 EBS 교재와 달라 낯설게 다가왔다는 것. 서울 배화여고 3학년 박시현 양(18)은 “외국어 영역은 EBS와 연계해 나온 게 느껴지긴 했지만 빈칸 추론처럼 어려운 유형이 많이 나와 까다롭게 느껴졌다”며 “언어영역도 비문학 지문이 너무 꼬아 나왔고 생소한 소재도 많아 어려웠다”고 말했다.

최상위권 학생들도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서울 인창고 3학년 류동훈 군(18)은 “평소 언어영역에서 백분율 99% 이하(상위 1%)로 떨어진 적이 없는데 가채점 결과 원점수가 87점 나왔다”며 “언어영역은 모의고사나 수능 기출에서는 볼 수 없는 전혀 새로운 문제가 많았다. 평소 같으면 답이 딱 하나로 떨어질 텐데 이번에는 아무리 봐도 답이 애매했다”고 전했다.

이 학교 임병욱 진학지도 교사는 “그래도 재수생들은 성적이 그럭저럭 나온 것 같은데 재학생이 많이 떨어졌다”며 “재학생들은 ‘EBS에서 많이 나오겠지’ 하는 안이함을 가졌던 반면에 재수생들은 학원 교재로 꾸준히 해온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수시 2차로 눈을 돌리는 학생이 늘어난 건 당연한 일. 이날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 이화여대부속고 입시전략실에는 박권우 교사(입시전략실장)를 찾는 학생이 유독 많았다. 박 교사는 “학생들이 아직 수시 2차를 시작하지 않은 대학에 원서를 낼지, 이미 원서를 넣어놓은 대학의 논술을 봐야 할지 등을 고민하더라”며 “수능 성적이 예상보다 안 나와 지원하지 못하게 된 대학을 수시 2차로 노리면서 경쟁률이 어느 해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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