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장인 안태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18일 “올해 수능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했다. 9월 모의평가에서 수리 ‘가’형이 어려웠기 때문에 9월 모의평가보다 조금 쉽게 출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위원장의 말은 만 하루도 안 돼 거짓말이 됐다. 물론 안 위원장이 의도한 것이 아니었지만 올 수능은 지난해보다 크게 어려웠고 수리 ‘가’는 9월 모의평가보다 어려웠다.
이에 대해 고교 교사들과 입시업체들은 “수능 출제진과 수험생들 간에 ‘EBS 연계’에 대한 개념을 동상이몽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손은진 메가스터디 전무는 “문제를 풀다 모르는 게 있으면 개념을 공부하고 적용해 다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학생들이 ‘EBS 70% 연계’라는 정치적 수사(修辭) 때문에 잘못된 방식으로 공부한 것 같다”며 “모든 EBS 교재에 눈도장이라도 찍어둬야겠다는 생각에 성급하게 답만 외우고 넘어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결국 수능에서 원리를 모르면 풀 수 없는 문제들이 나오면서 단순히 EBS 교재 문제풀기에만 매달렸던 학생들의 당혹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새로운 유형이 많이 나온 수리영역에서 두드러졌다. 배화여고 김지혜 교사는 “수리영역에서는 확률분포와 행렬을 연계해 문제가 나오는 등 신유형이 많았다”며 “재학생보다는 문제 풀이에 많이 단련된 재수생들이 유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김성열 원장은 “학생들이 ‘EBS 연계’를 ‘문제가 거의 같게 나오는 것’으로 기대하고 문제와 정답 풀이에 치중하다 기본 개념과 원리를 다양하게 묻는 방식으로 출제하자 어렵게 느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난도는 지난해 수준이지만 학생들이 EBS 연계를 쉬운 수능으로 기대해 심리적으로 어렵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교육과정평가원은 EBS 교재와 동영상 강의를 문제풀이 위주가 아닌 기본 원리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보완하는 등 EBS와 수능 연계에 대해 조만간 협의를 시작할 방침이다. 김 원장은 “이번 기회에 ‘EBS 연계’가 문제·정답 암기식이 아닌 기본 원리 이해라는 메시지는 확실히 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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