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슈점검/부천 실내경마장 기둥균열로 중단 두달만에 영업 재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4일 03시 00분


“즉각 폐쇄하라” 시민들 뿔났다

19일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실내경마장 앞에서 인근 주민들이 경마장 폐쇄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실내경마장 폐쇄 추진위원회’를 결성한 주민들은 이 경마장이 문을 닫을 때까지 매주 집회를 열 계획이다. 사진 제공 부천시
19일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실내경마장 앞에서 인근 주민들이 경마장 폐쇄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실내경마장 폐쇄 추진위원회’를 결성한 주민들은 이 경마장이 문을 닫을 때까지 매주 집회를 열 계획이다. 사진 제공 부천시
건물 지하 기둥에 균열이 생겨 입장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던 경기 부천시 실내경마장을 폐쇄하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내경마장 폐쇄를 위한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집회를 여는 등 실내경마장을 운영하는 한국마사회(KRA)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

23일 시에 따르면 마사회는 1995년 오정구 원종동에 있는 지하 3층, 지상 7층 규모의 W빌딩에 실내경마장(장외발매소·2∼5층)을 개설했다. 당시 원종동 주민들은 “사행심과 도박을 부추기는 실내경마장이 들어서면 심각한 교통체증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자녀 교육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반발했다. 이에 마사회는 시와 주민들에게 “3년 이내에 시설투자비를 회수하는 대로 철수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영업을 시작했다. 마사회는 2004년 신시가지인 원미구 상동으로 실내경마장을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상동 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이전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이후 실내경마장 폐쇄와 이전 문제는 잠잠해지는 듯했으나 올 8월 29일 지하 3층 기둥에 금이 가면서 W빌딩이 흔들리는 사고가 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당시 붕괴 위험을 느낀 경마장과 볼링장 이용객 3000여 명이 긴급하게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진 것. 시는 W빌딩이 붕괴할 위험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반경 20m 이내 건물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대피시키고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우선 시는 W빌딩에 대한 건축물 사용 중지명령을 내리고, 안전진단을 의뢰하도록 지시해 실내경마장 영업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대한산업안전협회가 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지하 3층 기둥 2개가 시공 당시 밀도가 떨어지는 콘크리트 재료를 사용해 균열이 생기면서 빌딩이 흔들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마사회는 균열이 생긴 기둥 2개를 철재로 감싸는 보강공사를 마무리한 뒤 시에 건축물 사용제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시는 “인근 주민의 재산과 생명에 관련된 문제”라며 사용제한 해제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법률적 조언을 구한 결과 “현행법상 건물사용자가 보수, 보강작업을 마무리했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는데도 사용제한을 풀지 않을 경우 마사회가 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은 물론 영업 손실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결국 시는 지하 1∼3층을 제외한 지상 1∼7층에 대한 건축물 사용제한 조치를 해제해 10월 31일부터 실내경마장 영업이 재개된 것.

실내경마장이 두 달여 만에 다시 영업을 시작하자 주민들은 ‘경마장 폐쇄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정부와 시, 마사회 등을 상대로 경마장 폐쇄를 요구하고 나섰다. 서영석 추진위원장은 “마사회가 1995년 실내경마장을 개장하며 주민대책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할 것을 약속했으나 현재까지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실내경마장이 문을 닫을 때까지 빌딩 앞에서 매주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민, 종교단체도 실내경마장 폐쇄 운동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부천지역 천주교 사제단 32명이 지난달 ‘몸과 마음을 죽이는 실내경마장은 철수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폐쇄운동에 동참한 것을 시작으로 1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합류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마사회 관계자는 “매년 영업이익에 대한 지방세로 22억여 원을 납부해 실내경마장이 시 재정에 도움을 주는 측면도 있다”며 “W빌딩에 대한 전세권이 2017년까지 설정돼 있기 때문에 그 이후에 실내경마장 이전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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