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수중 3학년 노다은 양은 하위권이었던 성적을 전교 100등 이내로 끌어올렸다. 노 양은 “교과서 내용을 이해할 때까지 수업시간에 필기한 내용을 수십 회 반복해 읽었다”고 말했다.
《노다은 양(15·서울 경수중 3)은 낯선 사람을 만나면 얼굴이 쉽게 붉어진다. 영락없이 부끄럼 많은 여중생 같다. 하지만 10분만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는 금세 ‘수다쟁이’가 된다. 그는 사람 사귀기를 무척 좋아하는 성격이다.
체육시간에 친구가 체육복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그는 재빨리 먼저 체육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교실 밖으로 뛰어나간다. “내 동생이 아래학년이니까, 얼른 가서 동생 체육복 빌려올게!” 노 양, 오지랖도 참 넓다.》
밝은 성격 덕분에 노 양에겐 늘 친구들이 많았다. 중1 수업시간에는 짝꿍인 친구와 빈 공책 한 권을 주고받으면서 ‘낙서 릴레이’를 벌였다.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복도에서 ‘붙잡기 놀이’를 했다. 학교가 끝나면 노래방, 동네공원을 쏘다녔다. 공부는 안중에 없었다. 성적은 하위권. 중1 2학기 성적은 전교 438명 중 345등.
“공부를 안했으니 성적을 확인할 필요도 없었어요. 전 ‘꼴찌’라도 상관없었거든요.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몰랐으니까요. 하루하루 친구들과 노는 게 즐거웠어요. ‘공부하라’는 부모님 말씀은 흘려들었죠.”
중3인 지금 노 양의 성적은? 말 그대로 ‘급상승’했다. 중3 1학기 성적은 전교 305명 중 99등. 2학기에도 자신 없는 수학, 영어, 과학 과목을 제외하곤 모두 80점 이상을 받았다. 비결은 뭘까? 모든 게 “친구 덕분”이라고 노 양은 말했다.
“중2 3월 초에 경수중학교로 전학을 왔어요. 1학년 때 같았으면 쉬는 시간에 무조건 복도로 나가 뛰어놀았을 텐데, 친구가 없어 그냥 혼자 앉아 있었죠. 그래서 쉬는 시간에 책을 읽고 있던 앞자리 친구와 친해지게 됐어요. 친구와 아이돌 가수 ‘빅뱅’, ‘2PM’ 얘기를 나누며 놀기도 했어요.”
앞자리에 앉은 친구는 전교 20위권 안에 드는 우등생이었다. 그 친구는 쉬는 시간엔 재미있게 놀다가도 수업시간엔 무섭게 집중하는 성격이었다. 수업이 시작되면 우스갯소리로 살짝 말을 걸어도 여간해선 호응해 주지 않았다. 그는 친구에게 장난치는 걸 그만뒀다.
‘친구에 죽고 못 살던’ 노 양이 심심해졌다. 그는 수업시간에 앞자리에 앉은 친구를 살펴봤다. 친구는 선생님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서너 개 색깔의 볼펜을 돌려가며 꼼꼼히 필기했다. 그게 전부였다. 노 양은 곰곰이 생각해봤다. ‘별 것 아닌데? 나도 한번 해볼까?’
친구 흉내를 냈다. 처음으로 교과서를 폈다. 선생님 말씀을 들으며 필기도 시작했다. 하지만 만만찮았다.
“선생님의 말씀이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처음 듣는 단어뿐이었죠. 무조건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내용을 받아 적었어요.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쉬는 시간에 앞자리 친구가 친절하게 설명해 줬고요.”
처음으로 ‘공부’를 해본 중2 1학기 기말고사. 노 양의 성적은 309명 중 193등을 기록했다. 그리 높은 성적은 아니지만 기분은 날아갈 것 같았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노력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다.
노 양은 스스로 ‘속도가 느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업시간에 교과서도 보고 선생님 말씀도 듣다보면 놓치는 부분이 많았다. 그는 볼펜 대신 연필을 들었다. 실수한 부분을 재빠르게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쓰기 위해서였다. 그의 노트는 곧 연필글씨로 빼곡히 찼다.
책가방도 바꿨다. 평소 ‘달랑’ 필통만 담고 다니던 손바닥만한 가방 대신 교과서 대여섯 권은 거뜬히 들어가는 큰 배낭을 멨다. 시험기간이 아닐 때도 꾸준히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1∼2주 만에 ‘벼락치기’를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더라고요. 한 달 전부터 천천히 공부했어요. 이해가 될 때까지 교과서를 수십 회 반복해 읽었죠. 사회나 예체능 같은 암기과목은 눈을 감고도 외울 만큼 공부했어요.”
지금 그의 성적표에는 ‘수’ ‘우’가 가득하다. 좋아하는 국어, 사회과목은 90점이 넘었다. 다른 암기과목도 모두 80점대. 공부를 잘하던 친구도 이젠 노 양에게 “필기를 좀 보여 달라”고 할 때도 있다. 노 양은 꼼꼼한 필기로 이미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는 사회복지사가 꿈이다. 폐휴지를 줍는 할머니, 군고구마를 파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누군가를 돕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고3인 언니가 “공부를 더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가서 꿈을 이룰 수 있겠다”고 격려해 줬다. 최근 수시전형으로 대입에 성공한 언니의 조언이라 더 힘이 된다.
“요새는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영어, 수학 기초를 쌓고 있어요. 성적이 많이 올라도 영어, 수학은 70점 이상을 받지 못했거든요. 겨울방학부턴 똑같이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친구와 함께 가까운 복지관으로 봉사활동을 다닐 생각이에요. 지금부터 많은 경험을 쌓아 더 좋은 복지사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답니다. 성적 때문에 후회하지 않도록 더 열심히 노력할 거예요.”
유명진 기자 ymj87@donga.com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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