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안동서… 올 들어 세번째 구제역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30일 03시 00분


소 - 돼지 2만3000여 마리 도살처분 시작… 인접道 가축시장 폐쇄… 방역당국 초비상

《 경북 안동시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정부가 6월 구제역 종식선언을 한 지 5개월여 만으로 올해 들어 1월 경기 포천시, 4월 인천 강화군에 이어 세 번째다. 구제역이 한 해 동안 각기 다른 시기에 걸쳐 세 차례나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8일 안동시 와룡면 서현양돈단지 내 돼지농장 2곳에서 새끼 돼지 400여 마리가 갑작스럽게 죽고 구제역 의심 증상을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수과원)에서 정밀 조사를 벌인 결과 양성으로 판명됐다고 29일 밝혔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위험지역(발생지역 반경 3km) 안에 있는 소, 돼지 2만3000여 마리에 대한 도살처분에 들어갔고 가축질병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로 격상했다. 》
이날 오후 최초 발생 농장에서 서남쪽으로 8km가량 떨어진 안동시 서후면의 한 한우농가에서도 의심 신고가 접수돼 구제역 바이러스가 이미 위험지역 바깥으로 확산됐을 가능성도 있어 방역당국과 축산농가들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 내륙에서, 하필 돼지에게서…

최초 발생 농장 2곳에서 이상 징후가 처음 나타난 것은 26일. 새끼 돼지들이 갑자기 폐사하자 농장에서는 경북 가축위생시험소 북부지소에 신고했다. 농식품부는 “26일 구제역 간이 검사에서는 음성으로 나타났다”며 “해당 농장에서 23일 물탱크 청소 시 염소 소독제를 사용한 점 등을 미뤄 염소 소독제 중독으로 추정하고 이동제한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폐사가 계속되자 농장 측은 28일 수과원에 신고했고 29일 구제역 양성으로 판명됐다. 수과원은 “항체는 감염 뒤 2주가량 지나야 형성된다”며 “검사 결과 항원 양성, 항체 음성으로 판명된 점에 비춰 보면 감염 시점이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집단 폐사에 대해서는 “어미 돼지가 감염될 경우 새끼 돼지도 자연 감염된다”며 “면역력이 약한 새끼 돼지가 집단으로 폐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제는 안동시가 지금까지 구제역이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지역인 데다 앞서 발생한 포천시, 강화군과 달리 내륙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또 소보다 바이러스 전파력이 3000배가량 높은 돼지에게서 발생했다는 것도 악재(惡材)다. 농식품부는 초기 방역에 실패할 경우 구제역 확산을 막을 수 없다고 보고 이동 제한 및 소독약 살포 등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그러나 최초 발생 지점에서 8km가량 떨어진 한우농가에서도 의심 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이미 구제역이 위험지역을 넘어 안동시 일대에 광범위하게 퍼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초 발생 농가로부터 반경 3km 이내에는 소 돼지 2만3000여 마리가, 3∼10km 이내에는 4만여 마리가 있다. 따라서 구제역이 확산되면 도살 규모가 4월 발생한 구제역(4만9874마리)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유정복 장관이 “안동은 구제역 발생 사례가 없으니 농식품부와 수과원이 긴밀히 협조해 초동 대처를 철저히 하라”며 농식품부 축산국장과 수과원장이 현장에 남아 방역 대책을 점검하도록 한 것도 이러한 절박감 때문이다. 경북도청 역시 예비비 15억 원, 570여 개 공동방제단을 투입해 도내 축산농가에서 집중 소독을 벌이기로 했다. 도 관계자는 “그동안 구제역이 발병한 지역이 아니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 축산 농가, 최악의 한 해

이번 구제역 발생에 따라 농식품부는 인접 지역의 가축시장을 당분간 폐쇄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경북, 충북, 강원의 가축시장에 대한 폐쇄조치를 내릴 것”이라며 “더 확산되면 전국 가축시장을 폐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1월과 4월에도 전국의 가축시장이 폐쇄된 바 있다.

따라서 두 차례 구제역으로 홍역을 앓았던 전국 축산농가의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구제역 재발로 한국은 9월 획득했던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잃게 됐고 재개됐던 돼지고기의 해외 수출도 다시 중단될 상황에 처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이날 구제역 발생 원인에 대한 역학조사에 착수했다. 최초 발생 농가 2곳에서는 중국, 베트남 출신 외국인 노동자 3명이 일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올해 중국, 몽골, 일본 등 인접 국가에서 수시로 구제역이 발생한 점 등으로 미뤄 구제역이 해외에서 유입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농가 관계자의 입출국 기록, 수의사 이동 경로 등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안동=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 구제역(口蹄疫) ::

소 돼지 양 염소 사슴처럼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우제류·偶蹄類)이 걸리는 급성 바이러스성 가축질병. 구제역에 걸린 가축은 입술, 잇몸, 입 안, 젖꼭지, 발굽 사이에 물집이 생기며 심하게 앓거나 폐사하는데 폐사율은 50%가 넘는다.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에게는 전파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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