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제균 앵커) 요즘은 많은 직업군에서 성별에 따른 제한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여성 지휘자는 여전히 흔치 않죠.
(구 가인 앵커) 서울시향에서 부지휘자를 맡고 성시연 씨는 드문 여성지휘자이자,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예술가이기도 합니다. 성시연 씨를 만났습니다.
*** 그의 손짓에 수십 개의 소리가 하나가 됩니다.
지휘봉을 쥔 이 젊은 여성은 서울시향의 부지휘자 성시연 씨입니다.
지난해 6월 서울시향 부지휘자로 영입된 이후 지금까지 10여 차례 공연을 가졌습니다.
(인터뷰) 성시연 / 지휘자 "글쎄 이게 잘 될까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인간이니까. 그런데 가다보고 연습을 하면서 교감이 형성되면요. 그건 정말, 200% 시너지를 내는 거 같아요. 시향 연주가."
2006 년 게오르그 솔티 국제 지휘 콩쿨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올해 8월까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인 보스턴 심포니의 부지휘자로 활동했습니다.
그는 125년 보스톤 심포니 역사상 최초의 여성 지휘자이자 최초의 한국인 지휘자였습니다.
(인 터뷰) "(관객들은) 여자가 지휘하는 거 처음 봤는데 좋다, 그러셨어요. 여성지휘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오픈돼 있진 않죠. 하지만 일을 하는 중에는 여성이라는 성에 대해 논하기 보단, 오히려 그 사람이 가진 아이디어나 재능을 보는 걸로 생각하고 있어요."
성시연 씨가 지휘를 시작한 건 스물다섯 살이 넘어서입니다. 그는 네 살 때 피아노를 시작한 후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스위스와 독일에서 유학했습니다.
오케스트라 경험이 전혀 없던 그는 백지상태에서 지휘를 배웠습니다. 동양인, 여성에 대한 편견과 싸웠습니다.
(인터뷰) "왜 여자가, 라는 말씀을 먼저 하시더라고요. 너 하던 거 열심히 하라고 하시는데... 만약 내가, 일생에 가장 중요한 때가 20대인데, 그 20대에 하고 싶은 일을 못해본다면 정말 평생 후회하고..."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면서, 한해 넉 달 정도 베를린 집에 머무는 시간을 제외하곤 대부분 해외 공연을 떠납니다. 바쁜 일정으로 스트레스가 쌓일 때 위로가 되는 건 한국음식입니다.
(인터뷰) "스트레스가 쌓이면 먹어요. 하하하. 제가 한국음식을 너무 좋아해서, 스트레스가 쌓이면 맵고 마늘이 많이 들어가는 거 먹어야 해요. 무조건 한국음식점 가서 마늘이랑 매운거 팍팍 들어간거..."
서울시향 부지휘자를 맡게 된 이후 한국 공연도 많이 늘었습니다. 한국 청중들의 열광적인 반응은 큰 힘이 됩니다.
(인터뷰) "너무 좋아요(웃음). 제가 어딜 가서 다른 뮤지션들이나 유명한 뮤지션도 마찬가지고, 오케스트라 등을 만나도 다 마찬가지로 한국 관객을 너무 좋아해요. 사랑해요. 청중이 뜨거운 마음으로 맞아줬을 때 더 주고 싶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더 잘하게 되는 거 같아요."
존경하는 지휘자로 보스톤 심포니에서 만났던 제임스 레바인을 꼽는 그는 훌륭한 지휘자의 요건으로 테크닉에 앞서 인품을 강조합니다.
(인 터뷰) "테크닉 배울 수 있어요. 여러군데 다니면서 보고 섭렵하면서 배울 수 있어요. 언어, 배울 수 있습니다. 악기, 배울 수 있어요. 그리고, 배경이나 스토리 다 배울 수 있어요. 근데 퍼스널리티는 절대 못배워요. 편안함과 신뢰를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재능이 도루묵 되는 경우를 봤어요."
성시연 씨는 지난 주 서울시향 정기공연에 이어 오는 12월 초 두 차례 연말 공연을 가질 계획입니다.
내년이면 지휘봉을 잡은 지 10년이 된다는 그는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지휘자입니다.
(인터뷰) "감동을 주는 연주. 그걸 추구하거든요. 테크닉이 좋았다는 건 안 바래요. 성시연 하면, 그 연주 다시 듣고 싶어. 그런 식으로 기억되는 지휘자가 되고 싶어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