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남한 법원서 친자확인소송 첫 승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일 03시 00분


유전자 감정서 일치 인정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법원에 “월남한 아버지의 친자임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내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5단독 이현곤 판사는 1일 북한 주민 윤모 씨(68) 등 4남매가 “6·25전쟁 때 월남해 남한에서 1987년 사망한 남성이 친아버지라는 것을 인정해 달라”며 낸 친생자관계존재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남한 법원이 북한 주민의 친자확인 소송을 받아들여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

북한 평안남도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던 윤 씨의 부친은 6·25전쟁이 터지자 큰딸만 데리고 남한으로 내려왔다. 윤 씨 부친이 월남한 후 재혼한 부인과의 사이에 4명의 자녀를 두고 세상을 떠나자 큰딸과 이복형제들 사이에 재산 다툼이 생겼다. 큰딸은 “북한에 있는 가족을 위해 재산을 조금 남겨두자”고 했으나 다른 가족이 동의하지 않자 북한의 친남매와 접촉해 소송까지 내게 된 것. 2005년 큰딸은 일본에 사는 외삼촌을 통해 4명의 친남매가 북한에 살아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북한을 자주 왕래하는 재미동포 선교사를 통해 북한의 가족들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이 선교사는 평양을 방문해 친분이 있는 북한 국가보위부 관계자를 통해 가족을 만났다.

윤 씨 등은 소송위임장과 유전자 검사에 필요한 모발, 손톱 등을 이 선교사를 통해 남한의 큰누나에게 전달했고 2009년 2월 “고인의 친자식임을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서울가정법원에, “선친이 남한의 가족들에게 남긴 100억 원대의 유산을 나눠달라”는 상속회복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각각 냈다. 서울가정법원 재판부는 “윤 씨 등의 손톱과 모발 표본으로 유전자를 감정한 결과 윤 씨의 큰누나, 고인이 재혼한 부인이 낳은 자녀 간에 유전자형이 상당 부분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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