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이샘물/한국음식, 일본 ‘스시’처럼 세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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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4일 03시 00분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온 터키 친구들이 전화를 걸어왔다. 시내로 나가서 외식을 하자고 했다. 갑자기 웬일이냐고 물으니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작년에 이곳에서 공부했던 터키 친구가 스시 식당을 알려줬어. 매주 화요일엔 스시를 개당 1달러에 먹을 수 있대!” 너무 기다려왔다며 꼭 가겠다는 친구들의 설득에 식당으로 향했다.

조그만 미국 식당에서 파는 스시는 한국에서 보던 스시와는 달랐다. 다채롭고 알찬 스시에 익숙했던 나는 비교적 작고 재료도 빈약한 스시에 조금 실망했다. 맛도 변변찮았다. 미국인이 만드는 동양음식이니 그러려니 했다. 터키 친구들도 실망 했을 줄 알았다. “오리지널 스시는 이렇지 않다”고 말하려던 순간 멈칫 했다. 친구들은 그 스시를 입에 넣고 맛을 음미하고 있었다. 이어 신비로운 표정을 지으며 “맛있다”고 만족해했다. 의아했다.

학교 식당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번은 유난히 학생들이 바글바글했다. 알고 보니 그날 저녁의 특별 메뉴로 스시가 나왔다. 시내 식당에서의 빈약한 스시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가격도 다른 메뉴보다 2, 3배는 비쌌다. 맛을 본 한국 친구들은 실망했다. 서양 친구들은 달랐다. 몇 배 비싼 가격을 주고서라도 스시를 사먹었다. 그리곤 흡족해했다.

교내 일본인 학생연합은 동아리 설명회 때 스시 시식행사를 열었다. 가입할 생각이 없어도 스시를 먹으러 설명회에 가는 서양 친구가 꽤 있었다. 대부분은 스시라는 음식을 알고 있었고 스시를 먹을 기회가 오면 먹고 싶어 했다. 미국의 스시가 맛있어서가 아니었다. 스시의 유명세와 스시가 지닌 독특한 일본 음식의 이미지 때문이었다.

내가 가진 한국 김을 본 미국 친구들은 “스시 재료냐”고 물었다. 한국 음식인 김밥 재료라고 했다. 김밥을 아는 미국 친구는 거의 없었다. 코리안 스시라고 설명해야 이해했다. 김밥이 어설픈 미국 스시보다 맛이 없거나 별 볼일 없어서가 아니었다. 한식의 홍보와 이미지 메이킹이 부족한 까닭일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람이 한국을 방문한다. 한국 음식을 먹고 갈 뿐만 아니라 이름이라도 알고 갔으면 한다. 김밥은 코리안 스시가 아니고 부침개는 코리안 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음식이 지닌 고유의 이미지도 알려지길 기대한다. 멀리 미국에서나마 응원해본다.

이샘물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본보 대학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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