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기억하지? 영국유학 가기 전에 만났었잖아.” 광고회사 직원 최모 씨(32)는 인터넷 미니홈피에서 미모의 여성들을 찾아낸 뒤 마치 아는 사이인 것처럼 ‘쪽지’를 보냈다. 최 씨의 미니홈피를 본 여성들은 혹했다. 미니홈피 배경화면에 영국에 잠깐 여행 가서 찍은 사진을 유학시절 사진이라며 올려놓은 것. 그런 다음 스마트폰용 채팅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만나자고 유인했다. 최 씨는 포드 ‘머스탱’이나 BMW 스포츠카 등 수입차를 타고 나타나 “잘 아는 와인바에 좋은 와인을 맡겨놓았는데 한잔하자”며 여성들을 유인했다. 이들은 최 씨가 건넨 와인 한두 잔에 쓰러졌다. 최 씨는 정신을 잃은 여성들을 모텔이나 승용차로 끌고 가 성폭행했고, 추행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스마트폰에 저장했다. 올해 7월부터 11월까지 드러난 피해자만 모두 11명에 이른다. 최 씨를 구속 수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는 최 씨가 일명 ‘물뽕’이라는 마약을 술에 타 여성들에게 먹인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최 씨 집 서랍장에서 찾아낸 와인의 약물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경찰은 최 씨 휴대전화에서 200명이 넘는 여성과의 통화기록을 확인하고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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