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상정, 의장석 점거, 몸싸움, 쓰러진 의원 입원, 경호권 발동, 단상 점거 의원 끌어내기, 여야는 서로 ‘네 탓이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입니다. 소수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점거했고 다수당은 경호권을 발동했습니다. 여의도는 아니고 서울시의회의 1일 본회의장 풍경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에 반발해 시의회 출석을 거부하자 민주당 시의원들은 시의회 앞에서 약식으로 ‘오세훈 규탄 집회’도 열고 기자회견을 통해 오 시장의 사과와 출석을 요구했습니다. 21조 원에 육박하는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도 심의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물론 양측은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상대방에게 있다’는 메시지를 빼놓지 않았습니다.
시의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시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시의회는 행정사무감사권과 예산안승인권을 쥐고 있습니다. 시장이 무상급식 조례에 반발해 시의회와 시정을 협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시의회가 내년 예산안을 심의조차 하지 않는 것이 과연 올바른 지방자치인지 의문입니다.
겉으로만 ‘지방의회’지 하는 행태는 여의도 판과 똑같습니다. 정치를 앞세우기보다는 주민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기 위해 만들었다는 지방의회가 오히려 주민들의 실생활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누가 불편해질까요. 공무원이나 시의원 등의 급여는 원래 책정돼 있는 항목이라 아무런 불편이 없습니다. 다만 내년에 확대될 저소득층의 학교급식 지원사업은 예산안이 시의회를 통과하기 전까진 시작하지도 못합니다. 혹시 독자 여러분 집 부근에 새로 생길 공원이나 배수펌프장도 제때 지어지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시의회나 오 시장은 이런 시민 불편을 볼모로 서로 기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여야가 치열하게 다툴 때일수록 저마다 국민이나 시민을 내세웁니다. 양측이 다투는 출발점은 전면적인 무상급식 도입입니다. 차분하게 무상급식 도입에 대해 생각해보시되, 시장이 의회에 나오지 않는 모습과 예산안 심사를 거부하는 시의회의 모습이 시민을 위한 일인지 판단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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