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강릉 경포중 3학년 김현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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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7일 03시 00분


어른되면 나도 한번 말해보고 싶어요 “어릴 때 전교 1등 해봤지”

‘TV 광’이던 강릉 경포중 3학년 김현기 군은 지나친 TV 시청 습관을 버리고 매일 예습·복습을 실천해 전교등수가 약 90등에서 10등대로 올랐다.
‘TV 광’이던 강릉 경포중 3학년 김현기 군은 지나친 TV 시청 습관을 버리고 매일 예습·복습을 실천해 전교등수가 약 90등에서 10등대로 올랐다.
《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TV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보고 싶다면? 강원 강릉시 경포중 3학년 김현기 군(15)에게 그 노하우를 들어보자. 의외로 간단하다. 교실 맨 뒷자리 친구와 자리를 바꾼다. 필통 속에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를 넣는다.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켠다. 귀에 살짝 꽂은 이어폰이 보이지 않도록 최대한 몸을 낮춘다. 주의할 점은 한 가지. 웃음이 ‘빵’ 터져 선생님에게 걸리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대한 근엄한 표정으로 시청하는 것이 중요하다.》이는 김 군이 중학교 1학년 때 수업시간을 즐기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TV광’이던 김 군은 집에서도 저녁을 먹고 난 오후 7시부터 잘 때까지 TV를 틀어 놨다. 7시 드라마가 끝나면 8시 드라마, 8시 드라마가 끝나면 10시 드라마…. 드라마 사이사이엔 케이블 채널에서 하는 예능 프로그램 재방송을 봤다.

거실 바닥에 엎드려 보든, 소파에 앉아 보든, 방 침대에 누운 채 거실의 TV 쪽으로 고개를 꺾어 보든 그렇게 재밌을 수 없었다. 웃다가 숨이 안 쉬어져 바닥을 굴렀다. 침대에서 떨어진 적도 있다. “그만 좀 보라”는 부모님 말씀은 흘려보냈다. 자정이 돼서야 TV를 껐다. 그렇게 거의 매일을 보냈다.

학교 성적은 전교생 305명 중 약 90등. 수업시간에 몰래 TV 프로그램까지 보는 것 치곤 성적이 나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김 군은 “시험 2주 전부터 참고서나 문제집으로 시험범위에 해당하는 개념들만 벼락치기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 아, 아버지…

학교 다닐 때 이 정도니 방학 땐 더할 수밖에. 중1 겨울방학도 여느 때와 같이 컴퓨터 게임과 TV에 빠져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터졌다. 그간 김 군을 조용히 타일러 오기만 하던 아버지와 크게 갈등한 것. 그날도 오후 11시까지 TV를 보고 나서 다시 컴퓨터를 켜는 김 군에게 아버지는 “이제 그만 자라”며 타일렀지만, 그는 아랑곳 않고 게임을 했다.

“학생이 공부도 안 하고, 아빠 말 안 듣고, 게임하고 TV만 볼 거면 집에서 나가라며 노발대발하셨어요. 참다 못해 폭발하신 거죠. 반항심에 대들다가 한겨울에 겉옷 하나 안 걸친 채 밖으로 나와 버렸어요. 집 앞 공원 벤치에 앉아 곧 후회했죠. 그냥 끄라고 하실 때 끌걸. 너무 추워서 20분 만에 들어갔어요.”

다음 날 김 군의 후회는 막심해졌다. 일을 마친 아버지가 오른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오셨다. ‘어제 일과 관련이 있겠구나’ 싶어 내심 많이 놀랐지만 일부러 여쭙지는 않았다. 그런 그에게 어머니는 “아버지가 네가 나간 후에 너무 속이 상한 바람에 홧김에 벽을 발로 찼다가 오른쪽 무릎 인대가 파열됐다”면서 “이제 2학년도 되는데 TV와 게임은 좀 줄여야 하지 않겠니”라고 했다.

죄송했다. 아버지는 한 달 내내 목발을 짚고서 택시를 타고 일을 나가셨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죄책감이 들었다. 마음을 다잡았다. 하염없이 TV 보는 습관을 단번에 고쳤다. 오후 10시에 하는 드라마만 보고, 게임은 주말에만 하기로 했다. 유혹에 빠질 때마다 다치신 아버지를 생각했다.

2학년이 되자 공부에도 욕심이 생겼다. “전교 100등 안엔 들었으니까 이 정도면 고교 비평준화 지역인 강원도에서 좋은 고등학교에 턱걸이로 갈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대로라면 좋은 학교에 가더라도 하위권에 머물다가 결국 좋은 대학은 못 가겠단 위기감이 들었죠.”

김 군의 학교생활이 달라졌다. 열심히 수업을 듣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쉬는 시간에 선생님에게 바로 질문했다. 집에선 2∼3시간 동안 그날 배운 과목을 복습하고 다음에 배울 내용을 예습 했다.

○ 드라마는 딱 한 편만…

김 군의 ‘고정석’은 이제 TV 앞 소파가 아닌 책상이 됐다. 서서히 ‘무언가를 알게 되는 즐거움’을 깨닫게 됐다. 난생 처음 공부가 TV보다 재밌게 느껴졌다. 시험 기간엔 오전 1시까지 공부를 하다 잤다.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성적은 전교생 314명 중 30등. 성적표를 받는 순간 훌쩍 뛴 숫자가 믿기지 않았다. 집에 오자마자 직장에 나가 계신 부모님께 전화해 이 소식을 알렸다. 아버지는 담담하셨다. “잘했다. 자만하지 말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거라.”

공부에 자신감이 붙으니 이대로 만족할 수가 없었다. 3학년이 되고 나선 더욱 박차를 가했다. 다른 과목에 비해 수학의 석차가 낮았던 김 군은 문제 풀이를 중심으로 하던 수학 공부를 교과서 중심으로 바꿨다. 우선 교과서 속의 개념부터 꼼꼼하게 정리한 뒤, 난이도별 문제가 실린 문제집을 정해 한 단원당 100문항을 넘게 풀었다. 3학년 2학기 중간고사 성적은 전교 5등까지 올랐다. 1학기 전교 68등이었던 수학 성적도 2학기 중간고사에선 1등으로 올랐다.

그는 이제 매일 TV를 켜지 않는다. 좋아하는 드라마 딱 한 편만 정해놓고 본다. 올해 여름방학부터 주말에도 컴퓨터 게임을 하지 않고 책을 읽는다. 어릴 적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TV에서 보고 반해 외교관이 꿈이 됐다는 김 군은 최근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을 인상 깊게 읽었다.

“예능 프로그램도 어쩐지 시들해요. 하도 많이 봐서 질렸나 봐요. 나중에 어른이 되면 ‘어릴 때 내가 전교 1등 해봤다’고 한번 말하는 게 소원이에요. 중학교 땐 아깝게 못 이뤘지만 고등학교에 가서 꼭 해낼 거예요!”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 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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