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분 할머니(가명·76)는 4년 전 아들이 교통사고로 다리 하나를 잃으면서 쌍둥이 손자들을 돌보며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파지 등 폐품을 주워 어렵게 생활해야 했던 김 할머니는 오랜 시간 아팠던 자신의 무릎은 신경 쓸 수 없었다.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한 뒤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자신의 몸을 돌볼 겨를이 없었던 것. 무릎이 더 악화돼 걷지도 못할 지경에 놓였을 때 그는 한 가닥 희망을 보게 됐다. 교통사고 유가족 및 유자녀를 위한 사랑의 진료를 펼치는 인천사랑병원의 도움으로 지난해 9월 ‘무릎인공관절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김 할머니는 “수술한 지 1년이 지났는데 파지를 줍고 손자들을 돌보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로 무릎이 좋아졌다”며 기뻐했다.
인천의 병원들이 펼치는 ‘교통사고 유가족 및 유자녀 사랑 무료 진료’가 사랑의 전파를 타고 지역을 대표하는 의료봉사사업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의료봉사사업은 2007년 9월 인천사랑병원과 TBN인천교통방송이 먼저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안과 전문병원인 한길안과병원과 UIC시카고치과병원이 동참해 어려움에 처한 많은 이웃에게 의료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고 있다.
이들 병원은 교통사고로 인한 가족의 이별과 해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어려움을 겪는 자녀와 조부모, 교통사고 장애 당사자와 부모를 위한 사랑의 진료를 펼쳐왔다. 지난해에는 인천사랑병원에서 2명이 무릎인공관절 수술을 받았고 한길안과병원에서는 10명이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시카고치과에서도 어린이 10명이 충치치료를 받았다. 인천사랑병원 김태완 병원장은 “지난해부터 지역의 다른 병원이 참여하면서 교통사고 피해가족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병원은 올해부터 의료혜택을 볼 수 있는 대상자 범위를 확대했다. 교통사고 유자녀와 유가족을 포함해 기초생활수급자로 범위를 크게 확대한 것. 이들 병원은 “2009년 기준으로 인천의 기초생활수급자가 3만8200가구에 달하는 점을 고려해 의료수혜 대상자를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과 소년소녀가장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인천사랑병원에서 무릎인공관절 수술을 받아 현재 입원 치료 중인 서모 할머니(75)는 “남편이 암으로 오랫동안 누워 있어 내 몸을 돌볼 수가 없었다”며 “남편을 떠나보낸 뒤 무릎이 아파 거동조차 못했는데 이렇게 도움을 받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인천사회복지협의회와 노인복지센터 등의 추천을 받아 백내장과 사시 수술 등 모두 11명을 무료로 수술한 한길안과병원의 조범진 병원장은 “인천을 대표하는 안과전문병원으로서 이웃의 건강한 눈을 찾을 수 있도록 돕게 돼 기쁘다”며 “어려운 지역주민들에게 보다 많은 의료혜택이 돌아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4일 한길안과병원 4층 강당에서는 TBN인천교통방송의 ‘사랑의 유자녀 무료진료’ 공개방송이 열렸다. 테너 이한 등이 출연해 교통사고 유가족의 사연을 소개해 지역사회의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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