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0시 50분경 부산 강서구 송정동 녹산공단파출소 전화벨이 울렸다. ‘송정동 녹산공단 3, 4번 신호등 근처 도로에 멧돼지 한 마리가 돌아다니고 있다’는 신고였다. 112순찰차와 119구조대원 등이 긴급 출동했다. 경찰은 먹이를 찾아 두리번거리던 멧돼지를 겨냥해 전자충격기를 두 번 쐈다. 그러나 길이 1.5m, 무게 100kg가량인 멧돼지는 재빠르게 공단 안으로 도망쳤다. 수색을 벌이던 이들은 오전 3시 17분경 도로에 다시 나타난 멧돼지를 발견하고 권총 3발을 발사해 포획했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멧돼지가 먹이를 찾아 부산 경남 지역 도심이나 민가, 등산로 등에 자주 나타나고 있다. 야간에는 고속도로나 일반도로에서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지난달 24일 오후 11시 반경 부산 사상구 삼락동 낙동강 둔치 삼락체육공원 내 도로에 멧돼지 한 마리가 나타나 이곳을 지나던 차량과 충돌했다. 다행히 차량에 탄 사람들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길이 1m, 무게 60kg가량인 수컷 멧돼지는 충격으로 숨졌다.
10월 29일 오전 1시 5분경에는 부산 기장군 일광면 부산∼울산고속도로 일광나들목 인근 도로에 멧돼지 한 마리가 뛰어들어 부산 방향으로 달리던 1t 화물차와 충돌했다. 이어 20분 뒤에는 승용차도 같은 지점에서 다른 멧돼지와 충돌해 갓길에 세워진 화물차와 부딪쳤다.
이 사고로 화물차 운전사 오모 씨(47)와 승용차 운전자 김모 씨(56)가 크게 다쳐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는 70kg가량인 멧돼지 2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이달 5일 오전에는 경남 사천시 서동 어시장 일원에 멧돼지 어미와 새끼 등 두 마리가 나타나 주택가와 하천을 쏘다녔다. 어미 멧돼지는 생포에 나선 119구급대원을 공격했다. 결국 이 멧돼지는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한편 올해 부산 지역에 멧돼지 출현이 잦은 것과 관련해 “경남 지역 수렵허가로 사냥꾼에게 쫓긴 놈들이 도망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부산시는 “최근 낙동강유역환경청,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부산지부 등과 공동으로 야생 멧돼지 서식 실태를 조사한 결과 금정산과 일광산, 봉화산 일대에 30마리가량이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7일 밝혔다. 이 중 금정산에 26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월 조사 때는 금정산에서 8마리를 목격했다. 금정산에서만 7개월 새 멧돼지 수가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
시는 멧돼지가 자주 나타나는 시기에는 경찰과 소방서, 야생동물보호협회 등 관련 기관과 협조해 즉시 출동 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멧돼지를 발견하면 소리를 지르거나 뛰지 말고 주위에 몸을 숨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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